[지금 시장은] 엔화 약세 ‘구조적’ 지속…투자자·여행객은 방긋
시장에는 다양한 국내외 요인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리스크를 초래하는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뉴스와 증권사 리포트 분석 등을 통해 지금 국내외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어떤 변수가 작용하고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에서 제로 금리로 올라섰지만 엔화 약세 기조는 여전하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4월 말 장중 160엔을 돌파한 이래로 다시금 그 근접한 수준이다.
이에 시장은 내달 일본 정부의 통화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행(BOJ)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해서다.
투자자와 여행객은 내심 이같은 상황을 누리고 있다. 엔화예금은 100억 달러를 처음 돌파했으며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일본에 방문한 항공 승객은 1000만명을 넘었다.
엔화 약세는 현재진행형
달러-엔 환율이 올 1월 140엔에서 158엔까지 오르며 평가절하가 지속되고 있다. 4월 말엔 장중 160엔을 넘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20일 기준 전일 대비 0.84pt 오른 158.73엔이다.
앞서 BOJ는 지난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지했다. 처음 제로 금리에 도달했지만 초기 예상과 달리 엔화 약세는 지속세다.
제로금리에 통화 약세로 자금은 시장을 떠돌기 마련이다.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은 4월부터 큰 폭으로 늘었다. 엔화 실질실효환율도 통계 발표 이후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나증권 전규연 연구원은 일본이 엔화 약세를 묵인하는 분위기에서 금리인상 카드를 다시금 고려하는 정책 기조로 변화하는 흐름을 포착했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4월 엔화 약세가 기조적인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지만 5월 이후엔 달리 봤다.
전 연구원은 “(우에다 총재는) 과거에 비해 환율 변동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용이해졌으며 급속하고 일방적인 엔저는 일본 경제에 부정적이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하며 엔저에 대한 스탠스가 변하기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내달 긴축 정책 여부 주목
일본 소비자물가는 4월 전년 대비 2.5%로 지난해(연간 3.3%)보단 둔화됐다. 하지만 에너지 관련 부과금 인상과 보조금 지급 중단, 얀화 약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도 완만한 상승 흐름이 이어질 거란 전망이다.
전 연구원은 “임금 협상을 통한 평균 임금 인상률이 5%대에 이르는 만큼 인건비 상승이 노동집약적인 서비스물가에 반영될 공산이 크다”며 “물가 회복 흐름과 엔화 평가절하에 대한 부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을 감안 시 BOJ의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BOJ는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장기국채 매입 감축을 결정했지만 구체적인 규모와 페이스는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내달 회의에서 향후 1~2년 계획을 공표하기로 했다. 금리인상은 별개이지만 내달 함께 발표가 이뤄질 경우 달러-엔 환율은 안정될 거란 분석이다.
하지만 엔화 약세가 개선되는 데는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 내달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연속적인 금리 인상 유인은 크지 않은 데다 현재 경상수지는 흑자인 반면 무역수지는 적자여서다. 무역적자는 달러 유출을 의미한다. 이는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엔화 기조 사실상 유지 전망에 국내 투자자·여행객
일본 정부가 올해부터 소액투자 비과세 제도를 도입하면서 개인들의 해외투자 규모는 물론 증시가 이전보다 활성화된 만큼 긍정적인 효과도 없지 않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약세 요인이 남아있는 만큼 엔화 기조는 사실상 유지될 거란 전망이다.
전 연구원은 “미일 금리차 축소 감안 시 달러-엔 환율은 점진적으로 하락하겠지만 구조적 약세 요인과 BOJ의 제한적인 통화긴축 여력을 감안할 때 환율은 연말까지 150엔 근방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투자자들이나 관광객들은 이어지는 엔화 약세를 즐기는 눈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5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거주자 외화 예금은 889억6000만 달러로 한 달 전보다 23억9000만달러가 줄었다. 이는 5개월 연속 감소한 수치다.
통화별로 봐도 지난달 달러화 예금과 유로화 예금은 전달 대비 각각 21억2000만 달러, 3억5000만 달러가 줄었다. 반면 엔화예금은 100억7000만 달러로 3억6000만 달러가 증가해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엔화예금이 100억원 달러를 넘긴 일도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한국과 일본을 오간 항공승객도 1000만명을 넘어 역대 최다 기록이다. 국토교통부가 제공한 항공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한국-일본 노선을 이용한 항공 승객 수는 1015만 6796명(출발·도착 합산)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6.2%가 늘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