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장은] 11번째 금리동결…물가 상방 압력에도 금리인하?
시장에는 다양한 국내외 요인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리스크를 초래하는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뉴스와 증권사 리포트 분석 등을 통해 지금 국내외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어떤 변수가 작용하고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상반기 마지막 기준금리가 만장일치로 이뤄진 동결 결정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부터 11회 연속으로 기준금리 수준이 유지되는 셈이다.
증권가는 성장 전망치가 높아짐에도 물가에 영향이 적은 것으로 해석됐다는 점에서 비둘기적인 결정으로 봤다. 물가 상방 압력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당장 긴축에 나서진 않아서다.
수출은 호조세지만 미국의 금리인하는 지연된 걸 감안하면 인하 시점은 모호해졌다. 한은은 인하 기대감을 경계하고 있지만 시장은 연내 인하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다.
기준금리 3.50%로 11차 연속 동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11차례 연속 동결했다. 이는 만장일치로 이뤄진 결정이다.
주목된 건 성장 전망이 상향됨에도 물가 전망은 유지됐다는 점이다. 금통위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올렸다.
반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6%로 거의 동일했다. 하반기 월평균 전망치를 2.3%에서 2.4%로 소수점 자리에서만 조정해 거의 기존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 셈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는 기자들의 질의에 이번 1분기 성장률 제고의 4분의 3 가량이 순수출에서 기인했다며 이 때문에 물가에 영향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물가 상방 압력에도 ‘비둘기적 결정’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과 3월 3.1%대였다가 지난달 2.9%로 소폭 내려갔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10.6%가 올라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음을 보여줬다.
이번 성장 전망치가 주로 수출 호조세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물가에 대한 영향은 낮은 것으로 반영됐지만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국내외 물가 상방 압력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한은의 결정이 비둘기적이라는 게 증권가 의견이다. 이 총재는 물가 상방 압력으로 하반기 금리인하 시점이 불확실하다고 언급했지만 전원일치로 금리는 동결해서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2.3-2.4%로 내려가는 트렌드가 보이면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은 거론하지 않았다.
시장 기대감에 중앙은행은 ‘긴축모드’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플레이션이 2%로 계속 향한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도 사라진 만큼 한은이 섣불리 먼저 금리를 내릴 유인은 없어진 셈이다.
DB금융투자 문홍철 연구원은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개시 순간마저도 시장의 앞서가는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하려고 반복해서 노력해왔다”며 “올해의 금리 인하 개시 기대는 유지하되 금리 하락에 강하게 베팅하기 보다는 절대금리를 노리는 가치접근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문 연구원은 추가적으로 더리브스 질의에 “연준은 지표가 나빠지니 금리를 인하한다기보다 물가가 안정되니까 하는 거고 늘 인하를 할 때도 경기가 나쁘지 않은데 예방성으로 해왔다”며 “올해 한두 번 정도 연준의 인하를 예상하고는 있다. 지표라는 건 갑자기 나빠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나증권 김상훈 연구원은 금리인하 가능성이 보다 높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단순하게 올해와 내년 성장률로 보면 GDP 아웃풋 갭은 내년으로 갈수록 (+)폭이 축소돼서다. 이는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을 약하게 만든다는 게 김 연구원의 논리다.
아울러 올해보다 내년에 물가상승률이 더 둔화될 것으로 한은은 전망하고 있는데, 2년 연속 둔화 흐름이 4월 또는 5월 수정경제전망에서 나타났던 사례는 2012~2013년 한 차례 밖에 없다. 이에 김 연구원은 국내 ‘H4L(higher for longer)’ 비교 사례로 2012~2013년을 꾸준히 제시했던 만큼 2차례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봤다.
한편 문 연구원은 이번 수출 호조에도 물가에 영향이 없다는 이 총재 발언과 관련해 이미 정해진 답이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문 연구원은 “해외 수요가 좋은 걸 보면 수출 쪽으로만 개선돼 물가가 영향이 없는 쪽으로 결론이 나 있었던 게 아닌 가 생각해볼 수 있다”라고 답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