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화손보, 장기보험으로 최대 분기 실적…여성보험 ‘일등공신’

- IBNR 기준 변경으로 장기보험손익에 부채 환입 -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 선전…7월 3.0 출시 예정 - 한화손보 관계자 “여성특화상품 중심으로 방향성”

2024-05-07     김은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한화손해보험이 장기보험손익 증가로 올해 1분기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부채 기준 변경에 따라 보험부채가 대규모로 환입되면서 장기보험손익이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신계약 성장세 영향도 컸는데 이는 여성보험이 견인했다. 나채범 대표 취임 이후 한화손보가 주력하는 여성보험 시리즈는 장기 보장성보험 매출을 견인할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이는 고가치 상품 마케팅이 통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갈수록 대형 보험사들의 입지만 커지는 흐름에서 한화손보는 중소형 보험사로서 틈새시장을 통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IBNR 변경으로 대규모 환입 수익 발생


한화손보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잠정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249억원으로 전년 동기(995억원) 대비 25.5% 증가했다. 이는 한화손보 역사상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SK증권 설용진 연구원은 발생사고부채 조정 관련 약 900억원과 손실요소 관련 약 19억원이 환입된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제도 변경에 따른 영향이 연초 진단비 증가 등에 따른 장기 위험손해율 악화와 자동차보험 적자 전환 등으로 인한 손실을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IBNR은 아직 보험금이 청구되지 않았지만 향후 지급될 추정 금액이다. 당국은 지난해 말 IBNR 관련 기준인 보험사고 일자를 사고발생시점인 원인사고일로 통일했는데, 이전에도 원인사고일이 청구 시점이었던 손보사는 관련 부채를 환입하게 돼 수익 효과를 누리게 됐다.

실제로 보험손익은 전년 대비 63% 증가한 1494억원으로, IBNR 제도 변경에 따라 장기보험손익이 71.2% 늘어난 1373억원으로 개선되고 일반손해보험도 흑자로 전환됨에 따라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신계약 성장세 이끈 여성특화보험


[사진=한화손해보험 제공]

장기보험손익에 크게 기여한 또 다른 요인은 장기 보장성 신계약이다. 1분기 장기 보장성 월납신계약 실적은 181억원으로 전년 대비 48.4% 증가했으며 이에 따른 신계약 계약서비스마진(CSM)은 1986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늘어 큰 성장세를 보였다.

여기에 영향을 미친 1등 공신은 장기보장성 보험 중에서도 여성특화상품이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7월 한화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 1월 2.0 시리즈를 내놨다. 이 두 보험이 이끈 지난 2월 매출액 합계는 100억원을 넘는다.

특히 2.0 상품은 유방암 진단비 특약과 출산장려 가입력 보존서비스를 탑재했는데 이를 통해 한화손보는 올해 처음 배타적사용권도 획득했다. 이밖에도 시그니처 여성 운전자상해보험이 지난달 출시됐으며,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 3.0 시리즈는 오는 7월 나올 예정이다.

한화손보는 이같이 여성에 특화된 보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앞서 지난해 6월 ‘라이프플러스 펨테크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은 그 첫 결실이며, 해당 연구소는 여성 관련 질병은 물론이거니와 여성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여성보험으로 브랜드 제고 효과 ‘의미’


일회성 요인인 IBNR 영향이 없었다면 이번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은 사실상 불가했다. 여성보험이 선전하고 있지만 수익 비중은 아직 크지 않은데다 IBNR을 제외한 예실차 손익은 위험손해율 상승 등을 감안할 때 다소 부진했을 것으로 추진돼서다.

투자손익도 올 1분기 대규모 평가처분손익 기저효과와 교체매매 영향으로 전년 대비 28.1% 감소한 229억원이다. 채권 교체 매매에 따른 처분손 110억원으로 인해 부진했는데 이를 제외하면 그나마 같은 기간 6% 성장한 셈이 됐다.

이와 관련 SK증권 설 연구원은 더리브스 질의에 “제도변경으로 환입이 발생해 일회성 이익이 생긴 것”이라며 “장기발생사고부채라고 장기보험 부채 항목에 잡혔다가 책임준비금 환입으로 조정돼 장기보험손익이 개선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화손보가 여성보험을 중심으로 이미지 개선 및 기업가치 제고 효과를 누린 건 주목할 만하다. 손보사로서는 중소형급인 보험사로서 회사만의 특화 상품을 통해 존재감을 끌어올린 선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중위권 회사로서 경쟁사에 비해 브랜드 포지셔닝이 약했는데 나 대표님이 오시고 여성특화 상품을 중심으로 방향성을 만들었다”며 “여성의 삶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 보험 뿐 아니라 질적 향상까지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