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화생명, 성장세 비해 아쉬운 실적…일단 배당만

- 계리적 가정 요인, CSM 성장 상쇄 - 3년 만에 배당금 결정…주당 150원 - 한화생명 관계자 “자사주 소각 미정”

2024-02-26     김은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한화생명이 성장세에 비해 다소 아쉬운 실적이다. 신계약 판매가 크게 증가했지만 계리적 가정 변경으로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증가 효과가 대부분 상쇄돼서다.

그럼에도 한화생명은 실적 발표에 앞서서부터 고배당 기대감을 높이며 주주환원 의지를 드러냈던 만큼 약속대로 배당은 결정했다. 약 3년만에 공식화된 배당이다.

다만 자사주 소각 등에는 신중하다. 밸류업 프로그램 이후 주주환원 계획을 구체화하는 곳도 있지만 한화생명은 올해 해약환급금 준비금 등으로 실적 안정성을 고려해서다.


신계약 성장에도 계리적 가정 변경에 순이익 주춤


[사진=한화생명 제공] 

신회계제도(IFRS17) 하에 한화생명은 지난해 별도 기준 연간 당기순이익이 61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41% 감소했다. 4분기 순이익도 38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로는 흑자전환했지만 증권가 컨센서스를 68.9% 하회했다.

신계약 판매는 크게 가시화되지 못했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기말 CSM은 9조2400억원으로 기시 CSM 대비 5.4% 줄었다. 신계약 CSM은 2조5400억원이었지만 기말 계리적 가정 변경으로 CSM 조정이 2조5300억원, 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른 CSM 상각으로 8880억원이 반영됐다.

4분기 별도 기준 순이익도 연금보험 지급률 상승과 약대가산금리 하향에 따라 손실부담계약 1182억원이 반영된 여파가 컸다. 투자손익은 –8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개선됐지만 채권금리 하락에 따라 채권평가이익이 늘어남에도 대체투자자산 평가손실과 손상이 반영돼 부진했다.

KB증권 강승건 연구원은 “성장 측면에서는 매우 우수한 성과를 시현했지만 가정 변경 및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라 P/L 및 CSM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당초 기대치 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주당배당금 150원으로…예상치보단 낮아


[사진=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한화생명은 지난 21일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구체적인 배당금액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감독당국의 규제로 2년간 배당을 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배당을 실시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주주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IFRS17 도입에 앞서 한화생명은 자본 확충을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주주 배당 정책을 중단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상법 개정으로 배당 가능이익을 산정할 때 금리 변동에 의한 미실현 손익을 예외적으로 상계할 수 있도록 한 보험법이 개정되면서 배당 재원을 확대하게 됐다.

한화생명은 지난 23일 1주당 배당금을 150원으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배당 결정일의 직전 매매거래일로부터 1주일간 형성된 가격이 기준인 시가배당율은 4.4%이며 배당금 총액은 1127억853만원이다. 배당 기준일은 내달 29일이다.

주식 종목토론방 등을 토대로 보면 소액주주들은 3년 만에 실시되는 배당임을 감안할 때 배당 수준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증권가는 앞서 별도기준 배당성향을 20-24% 수준으로 보고 배당금 수준을 170원에서 200원 정도로 예상했다.


자사주 소각 결정은 미정…“실적 안정성 우선”


[사진=한화생명 제공] 

배당 여력을 감안하면 배당 결정 금액은 무난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신계약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배당성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해약환급금 준비금 부담이 없지 않아서다. 이는 대손준비금과 마찬가지로 배당 가능 이익에서 제외돼 배당 여력을 낮춘다.

삼성생명은 오는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계획도 밝힌다는 방침인 반면 한화생명은 배당 결정만 확정했다.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K-ICS)이 4분기 기준 180%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넘지만 그리 높은 수치는 아닌 만큼 실적 안정성을 고려한 수준으로 해석된다.

한화생명의 주가는 23일 기준 3385원,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8배에 그쳐 밸류업 프로그램의 개선 대상이 되는 저PBR 수준이다. 주주환원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역시 중장기적으로 실적 안정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증권가의 의견이다.

하나증권 안영준 연구원은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 밸류에이션 확대 요인은 실적 안정화를 기반으로 하는 주주환원 등 자본 활용도 상승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손실계약 비용과 CSM 조정 규모 등 향후 실적 안정성 개선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한화생명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 이후 자사주 소각 등 추가 주주환원 계획을 묻는 더리브스 질의에 “밸류업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확정된 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