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장은] MSCI 선진지수 편입 논의 마당에…‘코리아디스카운트’ 막는 조치 요구돼
시장에는 다양한 국내외 요인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리스크를 초래하는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뉴스와 증권사 리포트 분석 등을 통해 지금 국내외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어떤 변수가 작용하고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수년 내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시기를 거론한 마당에 횡령 사고가 또 한 번 터졌다.
수천억원대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태가 국내 코스닥 시장을 뒤숭숭하게 만든 지 얼마 안 돼, 이번에는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계양전기에서 수백억원대 횡령 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기업 가치에 비해 한국 기업들의 주식 가격을 저평가하는 일명 ‘코리아디스카운트’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올 초부터 두드러진 외국인 매도 행렬에는 오스템 사태 등에 따른 국내 시장에 대한 실망감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계양전기 사태도 이와 같은 영향을 심화시킬 수 있어, 시장의 재발 방지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MSCI 선진지수 편입 논의 중인데…계양전기 횡령건 발생
세계 주가 지수인 MSCI 선진국 지수에 한국 증시를 편입시키려는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오스템 사태가 발생한 지 45일도 안 돼 또 다른 횡령 건이 터졌다.
코스피 상장사인 계양전기는 지난 15일 자사 재무팀 직원 김 모 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인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고 이날 장 마감 후 공시했다. 횡령 금액은 약 245억원으로 회사 자기자본 1926억원의 12.7% 수준이다.
이와 같은 횡령 소식이 나오기 하루 전,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이르면 2024년 MSCI 선진지수에 편입한다고 전망했다.
또한 편입이 되면 코스피는 최대 4500선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됐다. 해외 자금이 400억 달러 이상 국내 증시에 유입되면 현재 2700선 기준에서 35% 가량 증가한 3760대로 올라서고, 여기에 매년 10%씩 이익이 증가하면 2년 내 4500선도 도달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횡령 사태 뒷수습 중…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감
횡령으로 주식 거래는 정지되는 등 계양전기 사태는 다행히 빠르게 뒷수습되고 있는 모습이지만, 코리아디스카운트가 더해질 거란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계양전기 임영환 대표이사는 회사 홈페이지에 띄운 공식 입장문을 통해 “당사는 15일 횡령사실을 확인한 즉시 경찰에 고소했다”며 “횡령금액 회수와 조속한 주식거래 재개를 위해 전사적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고의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또한 18일 경찰에 따르면, 김 모 씨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게 됐다. 김 씨가 일찌감치 범행 사실을 인정해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진 셈이다.
다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는 이미 불거졌다. 앞서 신라젠이나 오스템 사태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내부 단속에 대해 부실한 실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오스템은 외부감사 이후 감시가 소홀해진 틈새로 횡령이 일어났으며, 계양전기는 외부감사인의 기말감사 과정에서 횡령이 발각된 것으로 전해진다. 차이는 있지만 모두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었던 정황이다.
외국인 매도세…시장 재발 방지 노력 필요
이날 오전 9시 53분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7.80pt 떨어진 2716.29로 집계됐으며 투자 주체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19억원, 518억원을 순매도해 하락세를 견인했다. 개인만 홀로 1766억원 순매수했다. 이후 오후 1시 31분 기준 코스피는 2740선을 기록했으며 개인과 기관은 각각 933억원, 854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1816억원으로 순매도 규모를 키웠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 확대로 미국 증시가 급락한 여파가 크다는 분석이지만, 앞서 코스닥에서 나타난 외국인 매도세를 감안하면 횡령 사태로 인해 이번엔 코스피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 영향이 나타날 여지가 없지 않다.
코스닥 상장폐지를 통보받은 신라젠에 이어 오스템도 상장폐지 심사를 받게 된 가운데,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약 1조677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에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한 영향으로,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지난 1월 629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코스닥에서는 2조306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국내 시장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6월 워치리스트에 오르겠다는 목표 달성은 아직 불확실하다. 앞서서도 시장 접근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조건 등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 접근성을 위해 공매도를 전면 재개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조급한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그런만큼 먼저는 시장에서 내부 통제 등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현재 단계적으로 시행 중인 내부회계관리 제도에 대해 기업들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시장과 발맞춰 재발방지 노력에 나서야 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자본시장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사기·횡령이 특수한 상황에서 비경상적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일상적, 시스템적으로 통제·관리돼야 하는 문제”라며 “중요성 금액 기준을 초과하는 금융자산 및 금융부채에 대해서는 중간재무제표의 검토 과정에서 계정잔액의 입증가능 여부에 대해 보다 엄격한 검토 절차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연구원은 “횡령·배임죄의 형량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 위반 동기를 원천적으로 억제하고, 경영진과 이사회가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충실한 설계와 운영을 입증하는 경우 인적·금전적 제재를 경감하는 조항을 명문화해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실효성 있게 구축 및 운영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내부고발 유인도 확대해 대규모 부정 사태의 예방과 조기 적발 유인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