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유가 리스크 새 변수로 급부상

2022-02-14     김은지 기자

시장에는 다양한 국내외 요인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리스크를 초래하는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뉴스와 증권사 리포트 분석 등을 통해 지금 국내외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어떤 변수가 작용하고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사진=pixabay 제공]

팬데믹 속 물가 리스크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가능성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3대 리스크로 급부상했다.

역사적으로 전쟁 자체가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강력할 전망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는 유가 급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원유를 생산하는 러시아가 해당 사태와 관련해 공급을 줄이면, 이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서구권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어서다. 


바이든,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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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새로운 리스크 변수가 등장했다.

앞서 러시아가 금주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러시아에 이어 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주재 자국 대사관 직원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이외 다른 유럽 국가들 역시 우크라이나에 거주하고 있는 자국민과 외교관, 대사관 직원들을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예프를 떠나 서부 도시 리비우로 이동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커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전쟁 자체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전쟁과 주식시장이 역의 관계를 갖는다는 장기적 증거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전쟁 리스크는 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김 연구원은 오히려 시장이 인플레이션과 긴축을 선반영하는 상태인 만큼,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유가 급등” 가장 우려하는 대목


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 확산 속에 유가는 상승 중인 모습. [사진=하이투자증권 제공]

현재로서 리스크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여도,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 있다. 바로 유가 급등이다.

우크라이나 주재국들의 잇단 조치가 있었던 다음날(14일), 싱가포르 원유거래시장에서 브렌트유는 1.2% 오른 배럴당 95.56달러에, 서부텍사스경질유(WTI)는 1.4% 상승한 94.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모두 2014년 9월 이후 8년 만에 최고치인 기록이다.

전 세계 원유시장에서 러시아는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강국이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가 서구권 국가들로부터 각종 경제제재를 받아 충분한 원유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서구권 국가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의 페이블 몰타노브(Pavel Molchanov) 애널리스트는 러시아는 원유 생산의 10%, 유럽 원유 가스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 진입하는 일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심각한 위기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기와 금융시장 관련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신용스프레드는 현재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가 급등,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력 커


우크라이나 사태 확산 시 에그플레이션 리스크를 더욱 자극할 가능성. [사진=하이투자증권 제공]

그럼에도 전문가들이 유가 급등을 가장 우려하는 이유는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사태가 장기화할 시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1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상회한 배경에 주목했다. 공급망 이슈, 임금 상승 등 영향은 다양했지만, 무엇보다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이 1월 물가 쇼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시각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이 되거나 장기화되면 과거 1970-1980년대 오일 쇼크 당시와 같이 원유 공급 쇼크에 의한 하이퍼 인플레이션 국면이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전면전에 따른 미국의 대러시아 강경 제재 조치 현실화, 대표적으로 러시아 금융기관의 달러결제망 퇴출과 같은 제제조치 시행”이라며 “달러결제망 퇴출이 일시적 글로벌 자금 흐름 경색을 초래, 글로벌 신용리스크 확대를 유발시키는 동시에 러시아의 석유혹은 천연가스 공급 감소 혹은 중단으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킬수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전면전이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미-러 간 갈등 장기화는 물가와 경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갈등 장기화로 인해 90달러를 상회하는 유가 흐름이 고착화될 경우 물가 압력의 빠른 둔화는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특히 국내와 같이 원유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국가의 경우 경제적 악영향이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이외에도 우크라이나가 2017-2019년 기준 전 세계 5위 밀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곡물가격 불안 현상을 증폭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공급망 병목 현상발 물가 압력과 그린플레이션 압력에 이어 오일 쇼크발 인플레이션 그리고 에그플레이션 압력마저 가세하는 동시 다발적 물가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린플레이션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할수록 전반적인 비용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하며, 에그플레이션은 농업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라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