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주주환원정책 펼치는 증권사들…주가 부양 속내는

- 4분기 역대급 실적 기반 배당·자사주 매입 - 증시 급락 흐름, 주가 부양 노력에 영향 미쳐 - “꾸준한 주가 부양 위해 연속적인 자사주 매입 필요” 

2022-02-08     김은지 기자
여의도 증권가. [사진=김은지 기자]

증권사들이 주주환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역대급 실적을 기반으로 배당 결정을 대거 내리면서다. 

이와 함께 증권사들은 자사주 매입을 잇달아 공시하고 있다. 주가 부양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다만 이같은 행보는 올해 업황 부진이 예견되는 상황 탓도 없지 않다. 올해는 긴축 기조와 함께 금리인상이 수차례 이뤄질 전망으로, 증시 하방 압력은 커지게 됐다. 


유동성 장세 피날레?…배당 나선 증권사들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해까지 달성한 호실적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배당 행보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1주당 배당금을 보통주식 3800원으로 지난달 28일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3393억4000만원으로 지난해(약 1965억원)보다 1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3111억원, 세전이익 1조3276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각각 93%, 94% 급증한 수치다. 이같은 ‘1조 클럽’ 실적을 바탕으로 시가배당률은 7.7%에 달했다. 2018년 회계연도 이후 지난해까지 삼성증권의 시가배당률은 4% 이상이었지만 이번에는 역대급이었던 셈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해 말 기준 배당금을 결정했다. 1주당 300원이며 시가배당률은 보통주 3.4%, 우량주 5.6%였다. 배당금총액은 1881억3657만원이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증권업계 최초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실적을 바탕으로 적정 수준 이상의 배당 정책을 내놨다.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주가 부양도 


미래에셋증권 자사주 매입 수량 소진율과 종가 흐름. [사진=유안타증권 제공]

주주친화정책을 간접적으로 실현하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잇따랐다. 회사들은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일정 수준 소각하는 방법을 통해 주가를 적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부양책을 사용한다. 

배당금을 발표하기에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자사주 2000만주를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0년 총 5번 3727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한 데 이어 지난해 1·3분기 각각 1000만주, 1050만주를 매입한 바 있다. 

이밖에도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다른 증권사들도 대거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총 3회에 걸쳐 총 3400억원 규모를 소각하는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체결했으며 같은 해 2524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도 매입했다. 키움증권은 오는 5월까지 439억5000만원 규모의 자사주 50만주를 장내매수하겠다고 공시했다. 3년 만에 이뤄진 자사주 매입 발표다. 

중소형증권사 중에는 KTB투자증권이 두 차례 자사주 매입을 지난해 결정했으며 SK증권도 지난해 10월부터 보통주 1900만주를 지난달 7일까지 장내 매수해 직접 취득했다. 신영증권은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15만8532주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증시 급락 영향에도 비교적 주가 선방


회사별 절대 주가수익률. [사진=유안타증권 제공]

증시 급락 영향에도, 업황 부진에 대비한 자사주 매입 전략은 효과를 발휘하는 모습이다. 증권업 주가는 지난해 7월 이후 증시와 함께 하락하고 있으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증권사들 은 주가 부양에 성공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주가가 일부 하락한 증권사도 있었지만, SK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자사주 매입 공시 후 주가가 각각 11~13% 반등하기도 했다. 중소형사인 한양증권도 배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달 28일 주가가 6.1% 상승해 낙폭을 축소했다. 

유안타증권 정태준 연구원은 “증시에 민감한 키움증권이 17.3%로 가장 낙폭이 컸던 반면, 메리츠증권은 자사주 매입에 힘입어 18.4%에 달하는 상승률을 시현했다”며 “이익이 증가하지 않더라도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주식 수가 감소해 주당순이익이 상승하기에 주가에 긍정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최근 이와 같이 업황 부진을 자사주 매입을 통해 극복하려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도 “지속성 있는 주가 부양을 위해서는 연속적인 자사주 매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