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상상인증권, 스팩 4수 도전…경영정상화 ‘꿈틀’
- 지난달 26일 상상인3호스팩 상장예심 - 3개년 흑자 및 재무건전성 개선 꾸준 - 스팩 수익모델, IB 전략 한 축 기대
상상인증권이 스팩(SPAC) 상장에 4번째 도전한다. 지난해까지 신고와 철회가 반복되며 상장 고배를 마셨지만, 그 의지는 여전히 커 보인다.
상상인증권은 2019년 상상인그룹에 귀속된 이후 경영정상화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달려왔다. 아직 두드러진 변화는 크게 없어 보여도, 그간 실적이나 재무건전성은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이번 스팩 상장 도전은 기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IB 역량을 보여줄 거란 기대가 높다. 업계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에서 상상인증권이 스팩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새롭게 정착시킬지 지켜볼 전망이다.
상상인3호스팩 상장예심…흑역사 극복 여부 ‘주목’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상인증권은 지난달 26일 상상인이안제3호스팩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공모 예정 주식 수는 450만주, 상장 예정 주식 수는 531만주로 모집총액은 약 90억원 규모다.
앞서 상상인증권은 2019년 3월 대주주 변경에 따라 골든브릿지투자증권에서 지금의 사명으로 바꾼 뒤 그해 8월 상상인이안제2호스팩을 상장시켰다. 이후 상상인제3호스팩 상장을 시도했지만 2020~2021년 3차례 고배를 마셨다.
상상인증권은 2020년 7월 21일 상상인제3호스팩 심사청구 결과 그해 10월 22일 철회신고서를 냈으며, 같은 해 12월 24일에는 주식분산요건 미충족 사유가 걸렸다. 같은 날 24일 다시 심사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수요예측 결과 0.68대 1, 청약 경쟁률 0.06대 1로 역대급 저조한 기록이 나오면서 지난해 1월 22일 다시 한번 철회신고서를 내게 됐다.
이같이 뼈아픈 경험을 겪은 상상인증권은 이번 상장을 두고 흑역사의 고리를 끊을지 주목된다. 연거푸 스팩 상장이 무산된 경험은 상상인증권이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이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과거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스팩상장 단계에서 공모가 무산되거나 상장 이후 합병기업을 찾아도 청산된 경우가 빈번했다고 알려졌다.
다행히 지난해 말 성사된 스팩 합병으로 상상인증권 측은 한 줄기의 희망을 품게 됐다. 2018년 1월 상장했던 상상인이안제1호스팩과 빅데이터·인공지능(AI) 전문 기업 비투엔의 합병이 지난해 11월 성사되면서, 상상인증권은 처음으로 코스닥 시장 거래에서 빛을 봤다. 아울러 증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분위기에서 스팩에 보다 우호적인 투자 환경이 만들어질 거란 분석이 나온다.
IB 부문 양호한 실적…재무건전성도 개선
상상인증권은 상상인그룹 합병 이후 IB 부문을 중심으로 꾸준히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함께 재무건전성도 개선되는 흐름을 나타내면서 경영정상화에 한 발 가까워진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상상인증권은 2021년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04억원, 당기순이익 74억8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164.18%, 143.08% 증가했다. 별도기준으로도 영업이익은 97억2000만원, 당기순이익은 68억60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82.1%, 54.6% 늘었다.
IB부문은 지난해 3분기 순영업수익 기준 171억20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8.6% 감소했지만 주된 수입원으로서 양호한 실적을 나타냈다.
홀세일부문은 같은 기준 31억70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4% 줄었다. 수수료수익은 늘었지만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하며 소폭 하락한 결과다.
리테일 부문은 53억2000만원으로 전년동기 25.3% 증가했다. 국내주식 위탁 중개 수익이 증가했으며 대출 주선 등 위탁 외 수익에서도 성과를 나타냈다는 평가다.
주식약정 규모로 볼 때 상상인증권의 시장 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2018-2020년 0.07%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3분기 기준 0.08%로 0.01% 오른 모습이다.
재무건전성의 경우, 영업용순자본이 총위험액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개선됐다. 법정자본금의 70%인 필요유지자기자본에 대한 순자본 비중을 나타내는 순자본비율(NCR)은 지난해 9월 기준 259.25%로 증권업 평균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자산부채 역시 실질 자산이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이 줄어든 흐름을 나타냈다. 실질 자산을 실질 부채로 나눈 자산부채비율은 2019년 141.17%, 2020년 139.06%, 지난해 3분기 기준 131.12%로 감소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산이 각각 4097억6000만원, 4308억9100만원, 5312억6200만원으로 부채 증가세보다 가파르게 늘어난 결과다.
스팩 추진 IB조직 재정비, 경영정상화 신호탄 될까
상상인증권은 그간 여러 인수합병이나 대주주 리스크 등으로 부침이 많았으나 경영정상화라는 목표를 최우선으로 달려왔다.
이에 다른 뚜렷한 사업 목표나 전략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스팩 상장 시도가 경영정상화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어보인다.
상상인증권은 앞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리테일보다는 IB에 강점을 나타냈다. 스팩 상장 철회 등의 부진도 겪었지만, 실패 등을 발판으로 사업의 ‘비빌 언덕’은 여전히 IB인 셈이다.
이에 초기 중소기업을 위한 주식시장인 코넥스 상장 주선을 통한 우량기업 발굴에서부터 스팩을 통한 이전상장 과정을 돕는 수익모델은 상상인증권이 증권업계 틈바구니에서 새롭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상당수 코넥스 상장사는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할 때 자금을 비교적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스팩 합병을 활용해왔다. 이를 감안해 상상인증권은 지난해 4월 화학물질 제조업체인 ‘에스제이켐’의 지정자문인을 맡았으며, 같은해 11월에도 나라소프트의 지정자문인으로 선임된 바 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