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1년 전과 같은 듯 다른 배당락 후…매수 늘었지만 증시 위축
- 배당락 후 5거래일 개인 순매수 비슷하지만 거래대금 줄어 - 거래대금 급감, 코스피에 슬그머니 타격…신용융자도 감소 - 미국 인프라 투자나 국내 벤처 탄력 등 증시 강세 변수될 수도
연말 배당락 이후 분위기가 지난해와 비교해 같은 듯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매수는 여전히 늘었지만 증권시장 자체는 거래대금이 줄어들면서 위축된 분위기가 두드러졌다.
개인은 매수세가 강한 반면 기관은 순매도를 견인했다. 이는 연 초 보편적인 흐름이나, 개인의 거래 규모 자체는 작년과 달리 크게 감소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12M Fwd EPS) 증감률도 기대와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한국 증시에 대한 12M Fwd EPS는 글로벌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배당락 이후 개인 순매수 규모 ‘비슷’
6일 유안타증권 김광현 연구원이 발표한 ‘주식시장 투자전략’에 따르면, 배당락 이후 5거래일 개인 순매수 수준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유사했다. 지난해와 올해 배당락 이후 5거래일 기준 개인은 각각 5조2000억원, 5조3000억원을 순매수했다.
배당락은 배당기준일이 지나 배당금을 받을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기업의 자산이 배당만큼 감소하면 주가도 자연스레 일시적으로 떨어지면서 배당락 효과를 불러오는 셈이다.
여기에 개인들이 대주주 요건을 피하고자 연말 주식을 내다 판 다음 다시 사들이면서 개인 순매수는 작년과 올해 모두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인과 달리 기관들은 대부분 순매도를 택한 상황에서, 개인의 거래대금이 줄어든 결과개인의 거래비중도 크게 감소했다. 순매수 수준은 지난해와 유사했지만, 매수만 이뤄졌지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개인 거래비중은 지난해 10월 60% 미만으로 떨어진 이후 11월 57.4%, 12월 53.3%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올해 1월 현재는 54.9% 수준이다.
개인 거래대금 빠지자 극명히 갈린 코스피
지난해 대비 개인이 비슷한 순매수 규모를 보였음에도 거래대금 자체가 줄어들자 코스피는 작년과 크게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2020년 배당락 이후 5거래일 코스피 지수는 5.7% 오른 반면에, 2021년 배당락 이후 5거래일 지수는 –2.2% 감소했다.
2020년 배당락 이후 5거래일 KOSPI 거래대금은 23조원에 달했으며 1월 내내 KOSPI 거래대금은 단 하루도 20조원 아래로 하락하지 않았다. 반면 지난해 배당락 이후 5거래일 거래대금은 평균 10조3000억원원 수준에 그쳐있다.
신용융자 잔고도 감소했는데, 이는 단기 트레이딩을 위주로 하는 자금이 줄어들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와 관련 김 연 구원은 “자금의 성격도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예탁금도 카카오뱅크, 크래프톤의 상장이 있었던 작년 8월을 고점으로 더 이상 늘어나지는 않는 모습인데 LG에너지솔루션 청약을 앞두고 있어 이를 전후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미루어보아, 코스피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2950-3000선으로 비슷한 위치에 있으나 세부적으로 보면 차이가 크다. 지난 1년간 기업공개(IPO)가 대거 추진돼 다수 종목이 상장한 결과 시가총액이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체감 지수는 작년보다 낮아보인다.
2020년 11월과 12월 코스피 지수는 연속 10% 이상 상승한 데 이어 2021년 1월부터 그 기조를 이어갔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초 2873pt에서 시작해 6거래일 만에 장중 3200pt를 돌파하기도 했다. 반면 5거래일 현재 코스피는 3000선 밑이다. 6일 오전 11시 42분 기준 코스피는 2944.87pt로 전일 대비 9.10pt 떨어진 상태다.
낮은 펀더멘털, 국내 증시 돌파 변수 있나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지난해와 올해는 크게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한국 증시의 12M Fwd EPS 증감률은 글로벌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었다. 한국은 2020년 EPS증감률이 (+)를 기록한 몇 안 되는 국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한국 증시의 12M Fwd EPS 증감률은 글로벌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낮다.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은 해당 증감률이 차례로 23%, 20%, 14% 수준이며, 유럽연합 국가나 미국도 모두 5% 선을 넘는다. 반면 한국(약 –3%)은 브라질(-15%)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국내 증시는 올해 침체기일까. 연초 부진한 국내 증시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인프라 투자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등의 영향으로 탄력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NK자산운용 안정한 부사장은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올해 코스피지수를 2800-3400pt 수준으로 전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3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미국 증시는 조정을 받지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등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면 국내 증시에 상승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 역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외부 변수 외에도, 대내적으로 활발해진 핀테크·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장착하고 나와 시장에 활력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상당수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로 밸류에이션이 거의 정점을 찍었기에,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에 들어서면 국내 증시가 강세 흐름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