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외부 출신 수장 바뀐 하이투자證, 해외 눈 돌리기 전 MTS 개선부터

- 연임 기대 김경식 바톤 터치한 이베스트투자증권 홍원식 전 대표 - IB·PF 수익 편중에 해외 사업 강화로 다각화 기대감 - MTS 개선 신호도…비대면 니즈 충족하는 시스템 개선 선행돼야

2021-12-10     김은지 기자
하이투자증권 본사. [사진=하이투자증권 제공]

하이투자증권이 외부 출신 수장을 선임하면서 새로운 변화 가능성이 주목된다. 특히 금융사들이 디지털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분위기에 다소 못 미치는 시스템 개선 작업도 강화될지 기대된다.

하이투자증권은 DGB금융지주 인수 이후 투자은행(IB)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에서 강점을 나타내왔다. 다만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사업 개선 사항으로 요구돼왔는데, 이러한 변화를 가능케 할 인물로 이베스트투자증권 CEO 출신 홍원식 대표가 선임을 앞뒀다.

업계에서는 홍 대표가 해외 사업에도 강점을 지녔다는 평이 나오지만, 이에 앞서 MTS 등 시스템 관련 문제 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도 보인다. 팬데믹 이후 국내외 비대면 거래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고객들이 어플리케이션 이용에 대한 불편을 잇달아 지적하고 있어서다.


이전 대표 연임 무산…IB·해외 강점 홍영식 대표 선임


하이투자증권 홍원식 신임 대표이사. [사진=하이투자증권 제공]

홍 대표에 앞서 김경규 대표는 DGB그룹 내 비은행 일등공신으로 불리며 연임 가능성이 대두됐으나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사들이 통상 계열사 사장 임기를 기본 2년에 연임 1년을 부여하는 관행이 따른 것으로 봤다.

공시에 따르면, DGB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2018년 10월 김경수 대표가 취임한 해의 영업이익은 557억원이었으며, 이후 2019년 721억원, 2020년 134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누적 3분기 영업이익은 1761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기록을 421억원 넘어섰다. 이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DGB금융지주 내 하이투자증권의 수익 비중은 30%에 달했다.

이같이 성장세에 있는 하이투자증권 수장직에 바톤(baton)을 이어 받은 인물이 홍원식 대표다. 하이투자증권은 오는 30일 임기가 끝나는 김 대표의 후임으로 홍 대표를 내정했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이르면 내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결정 인선이 공식화된다.

홍 대표는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작지만 강한 증권사’로 만든 실력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홍 대표는 증권감독원(현 금융감독원) 국제업무국을 시작으로 LG투자증권 국제금융팀, 보스톤 은행 서울 지점장 등으로 재직해 해외 관련 업무에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2008년 이트레이드증권(현 이베스트투자증권)에 합류해 전략경영실과 경영인프라 총괄을 지낸 뒤 2013년부터 2019년 약 6년 간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이에 홍 대표가 하이투자증권의 취약 분야를 보완하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한 단계 도약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이다. 특히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 당시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과 조합 운용으로 IB 부문 새로운 먹거리를 개척하는 등 신사업 부문 개척에 역량을 발휘할 거란 기대가 나온다.


‘해외 사업 확장’ 과제 언급 나오는 배경


하이투자증권은 IB와 자기매매가 강세인 반면 포트폴리오가 국내로 편중돼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해외 사업 확장이 당면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영업부문별 비중을 살펴보면 IB 영업수익(5278억8300만원)이 50.9% 비중을 차지해 가장 높고, 자기매매(2506억1100만원) 24.2%, 위탁매매(2047억9300만원) 19.8%, 기타(433억5800만원) 4.2% 순이다. IB가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자기매매와 합하면 75.1%에 달한다.

자기매매가 높다는 건 그만큼 증권사가 운영을 잘한다는 방증이기는 하지만, 하이투자증권이 기존 강점 분야 외 다른 분야에서는 여전히 실적이 높진 않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포트폴리오가 한쪽으로 치우쳐있다는 얘기다.

하이투자증권의 IB 수익 중에서도 꽃은 PF 부문이다. 실제로 올해 ‘고양 향동지구 지식산업센터’, ‘마곡 MICE 복합단지 개발산업’ 등에 참여한 성과가 두드러진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다만 이 역시 모두 국내 포트폴리오인 만큼 다각화 요구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한다. 부동산PF가 IB 수익 중 78%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이에 회사 안팎으로 언급되는 차기 과제가 해외 사업 확장이다. 지난해 1분기 두 차례 유상증자를 거치며 지난 9월 말 연결기준 자기자본은 1조1848억원에 달한 만큼 신규 사업을 추진할 여력은 있어보이는 상태다.

더욱이 홍 대표가 해외 사업 부문에 강점이 있다 보니, 해외 영업을 강화해온 내부 분위기와도 맞아떨어진 모양새다. 실제로 법인영업부는 내년부터 해외파생상품 등 상품 라인업 추가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미국 주식 매매 활성화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 기반 ‘한 축’ 국내 고객 니즈 충족 선행돼야


[사진=(왼쪽부터) 플레이스토어, 나무위키 화면 캡처]

해외로 수익을 확대하는 과제도 중요하지만, 국내 포트폴리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위탁매매 실적을 감안하면 일반 투자자들의 니즈에도 주목해봐야 한다. 개인 고객들이 국내외 금융 거래를 위해 주로 이용하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2·30대 투자자들의 유입이 크게 늘어난 만큼 MTS·HTS 성능은 금융사 경쟁력의 척도가 된다. 금융사들이 너도나도 디지털 전산은 물론 인력 충원 등 시스템 개선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건전성 관리와 투자자 보호 외에도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 비대면 트렌드에 부응하는 사업 창출 또한 지속적으로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는 문제 인식이 있지만, MTS 등에 대한 리뷰만 살펴봐도 시스템 개선이 해외 사업 강화에 앞서 선행돼야 할 과제로 비쳐진다.

실제로 하이투자증권의 MTS 어플리케이션인 ‘Hi-M’에 대한 올해 다운로드 리뷰를 보면, 업데이트를 해도 네트워크가 연결돼있지 않아 종료된다는 문구가 뜬다거나 계속 오류가 나는데 버그 수정이 안 된다는 지적이 눈에 띈다.

또한 이벤트 참여를 위해 계좌를 개설했는데 필수 외 선택사항으로 나오는 정보제공에 동의를 안 하면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아 불편을 겪었다거나 CMA펀드계좌까지 의도치 않게 가입하게 돼 낚였다는 얘기가 나오는 가하면, 앱 구조 자체에 직관성이 부족해 불편하다는 불만 등이 언급됐다.

지난 10월 이후 업데이트된 나무위키에서는 “대부분 증권사 앱이 몇 주, 며칠 단위로 업데이트하는 반면, 하이투자증권은 몇 달 단위로 업데이트하며 업데이트 때마다 버그가 산재한다”며 “업데이트 주기가 빠르면 한 달, 느리면 3개월 이상인데 대부분 보안강화, 간단한 버그수정 뿐이고 UI개편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올해부터 거의 제로(0.069%) 수준 수수료로 해외주식 서비스가 시작됐으나, “해외주식 앱도 따로 안 만들고 국내주식 앱에 통합시킨 탓에 하단 메뉴를 클릭하면 해외주식을 보다가 국내주식으로 넘어가 버린다”는 비판도 언급됐다. 아울러 “상담사 역시 사내 앱을 이용해본 적이 없어선 지 전문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일침도 포함됐다.

이같은 비판을 눈여겨보면,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 규모 척도를 알 수 있는 주식 수수료가 낮은 부분도 이해된다.

하이투자증권의 영업 수익 비중에서 3위를 차지하는 위탁매매 현황에서 3분기 별도 기준 전체 수탁수수료(650억4900만원) 중 가장 큰 비중인 주식 수수료는 583억7900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611억1800만원보다 소폭 늘었지만, 비슷한 중소형사인 유안타증권과 비교해보면 수익 규모가 1/3에도 못 미친다. 동기간 유안타증권의 전체 위탁수수료와 주식 관련 수수료는 각각 2287억2800만원, 2051억7000만원이다.

한편,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신임 대표와 관련해 “신임 대표님께서 어떤 스타일인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하시는 지 전혀 아는 바가 없고, 아직 업무 보고도 전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MTS 서비스 관련 지적에 대해서는 “저희 MTS나 HTS는 관련 부서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로 오신 대표님이 어떤 부분을 강화한다거나 활성화하는 부분은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