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미래에셋증권, 조직 개편에 회장 교체…글로벌 도약 탄력받나

- 최현만 리더십 개편에 국내 IB 활발 전망…마이데이터도 시작 - 안방 리스크 해소…국내 최대 실적 힘 입어 해외 사업 확대 기대

2021-12-09     김은지 기자
미래에셋센터원. [사진=미래에셋증권 제공] 

미래에셋증권이 조직 개편에 회장 교체로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진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도약하려는 사업 확장 계획이 탄력 받을 전망이다.

업계 최초로 자기자본 10조원을 달성한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국내 대기업 영업에 적극 나서면서 산업과 금융의 콜라보레이션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이를 통해 축적한 실적을 바탕으로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사업 분야에서도 성장이 기대된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대규모 해외 호텔 인수가 소송전으로 돌아서면서 해외 투자가 주춤했지만, 최종 승소로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현주 회장 밑그림…조직 개편에 최현만 리더십 구축


하반기 미래에셋증권은 최현만 회장 리더십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 6일 수석부회장이었던 그가 회장으로 선임되면서다.

업계에서 그는 25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전문경영인 회장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과 업계 선·후배 사이로 알려진 그는 1997년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시초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창립 멤버로 합류한 창업공신이었다.

이후 1999년 미래에셋증권이 설립되면서 최 회장은 22년간 대표로 역임돼 박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 또한 그는 부회장직으로 2007년 승진했으며 14년 만에 회장직에 올랐다. 신뢰를 기반으로, 오너일가에서 보기 드문 권력 승계가 이뤄진 셈이다.

그가 회장직에 오르기에 앞서 하반기 조직도 보다 유연하게 개편됐다. 마치 최 회장의 선임에 앞서 박 회장이 길을 닦아놓은 듯 보이는 수순이다.

지난달 3일 박현주 회장은 창립 25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역동적·수평적 조직 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젊은 인재를 전격 발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나이·성별 상관없이 성과 중심의 인사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단행됐다.

특히 자산관리(WM) 부문의 변화가 두드러졌는데, 지난 12일 공모 결과 지점장 15명이 발탁되면서 1984년생 최연소 지점장이 등장한 데 이어 41명의 최대 규모 지점 임원 승진 인사가 진행됐다. 또한 지점 산하 WM영업팀 조직이 112개로 확대되고 84명의 신임 WM팀장이 세워졌다.


업계, 최현만 체제 속 국내 IB 강화 흐름 예상 


업계는 최현만 체제가 시작되면서 국내 투자은행(IB) 부문이 힘이 실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 회장이 보유한 국내 대그룹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딜 영업이 더욱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최 회장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사업이 주였던 증권사들이 수동적인 중개 역할을 한데서 능동적으로 IB영업에 나서도록 영향을 미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2015년 정도부터 대형 증권사의 모험자본 역할을 강조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최 회장은 대기업 자금수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IB영업에 뛰어들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대기업이 기업공개(IPO)를 결정하고 준비과정에 나설 때부터 프레젠테이션(PT)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이었다는 평이다. 올해 IPO본부가 진행한 대표적 빅딜인 크래프톤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현대중공업, CJ올리브영 등에도 최 회장이 모두 참석했다고 알려졌다.

대기업 오너 및 전문경영인들과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산업과 콜라보를 이루는 시도도 두드러졌다.

대표적으로 IT 플랫폼 거대공룡 네이버와 CMA통장을 만들고 50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교환을 맺은 바 있으며,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인수할 때 3879억원, 현대상선 선박금융에도 8300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이외 SK루브리컨츠 인수금융 선순위대출, 홈플러스 임차보증금 일시대출, 전진건설로봇 인수금융 등으로 수익이 창출됐다.

이밖에도 미래에셋증권은 올초 증권사 최초로 마이데이터 사업권도 취득해 시범서비스를 지난 1일 시작했다. 이로써 IB 뿐 아니라 개인 대상 영업에도 고객 기반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서 실탄 보유하고 해외로…호텔 법적공방 승소 ‘호재’도


미래에셋증권은 그간의 증시 호황과 사모펀드 사태 이슈와 크게 엮이지 않은 환경 속에서 국내 기반으로 실탄을 확보한 모습이다.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9월 말 연결기준 총 자산은 110조4764억원, 자기자본 10조5876억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9930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같은 시기 금융상품판매 잔고는 전분기 대비 16.5% 증가한 169조8000억원으로, 그 중 리테일 잔고는 6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토대로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IB에도 다시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비즈니스 영역의 사업확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글로벌 탑티어(Top-Tier) 투자은행으로 도약하는 게 미래에셋증권의 사업방향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9일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안방보험 상대 미국 호텔 관련 분쟁에 최종 승소하면서 계약금 등을 돌려받을 전망이다. 이로써 리스크를 걷어낸 만큼, 해외 IB는 다시금 탄력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9월 당시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내 15개 호텔과 리조트 자산 58억 달러(약 7조1000억원)에 인수하기로 발표하면서 해당 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해외 IB 영토가 넓어지는 기회였지만, 계약 당사자인 안방보험과 계약 선행 조건 이행 여부 등을 둘러싸고 맞소송을 진행하면서 인수는 중단된 바 있다.

이날 미래에셋증권은 댈라웨어 주 대법원이 댈라웨어 주 형평법원(1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1심에서 댈라웨어 주 형평법원은 지난해 12월 1일 미래에셋 각 계열회사(매수인)의 동의 없이 호텔 영업의 극적인 변화를 취한 안방보험(매도인)의 조치가 통상영업확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미래에셋 측의 계약해지를 인정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매도인이 이에 불복해 올해 3월 5일 항소를 제기한 데 따른 결과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계약금과 거래비용 및 이에 대한 이자 반환, 형평법원이 인정한 1심 소송비용이 확정됐다. 판결·결정 금액은 총 1조7736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회사의 연결 자기자본의 18.98% 수준이다. 확정된 금액에 관한 이자 및 댈라웨어 주 대법원 소송비용은 향후 확정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은 9월 말 기준 3개 해외 사무소(북경·상해·호치민), 12개 해외 법인(미국, 영국, 브라질, 중국,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몽골, 인도 등 10개국 진출)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투자일임 부문에서 해외 운용자산 규모는 아직까지 국내에 비해 비중이 많이 낮다. 해외계약자산의 경우 일반 투자자는 8043건에 3951억원, 전문 투자자는 338건에 87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 전체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3%, 0.90% 수준이다. 운용 현황의 경우 해외는 3조1456억원으로 국내의 1/6 수준이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