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연준, 통화정책 엇박자 신호에 금리 역전 현상

-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에 금리인상 서두르는 연준 - 금리역전 현상, 시장 회복 덜 된 신호일 수도 - 금리인상 타격 크면 재인하해야…“정책 속도 조절 필요”

2021-12-06     김은지 기자
[사진=KB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에 맞지 않는 엇박자 신호를 보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이 경기부양책 조기종료를 시사하고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려하고 있지만 장기금리는 도리어 하락하는 등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시장은 통화정책 오류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봤던 연준은 최근 장기화 전망으로 선회하고, 단계적이지만 빠른 속도로 금리인상을 추진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경제에 탈이 날 경우 다시금 금리인하가 불가피할 수 있다.

결국 진짜 경기회복이 아닌 인플레이션 우려만으로 금리인상에 대한 속도 조절에 실패했다가는 채권시장이 따르질 않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또한 금리 역전 현상은 곧 구조적인 디플레이션 요인들이 여전하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연준의 신중한 정책 결정이 요구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압박감에 금리인상 속도 내는 연준


연준은 이달 초입에 앞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박감을 더 크게 느끼고 반영하려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 등을 통해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오미크론 출현 등 새로운 변수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는 방향을 시사했다.

이 과정에서 경기부양책에 대한 조기 종료 가능성도 언급됐다. 물가상승률도 높아진 상황에서 다소 조급해진 연준이 정책 기조를 바꿨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앞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공급망 문제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봤다. 이에 고용여건 등이 개선되면 추후 금리인상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보다 확실한 주요 요인이 됐다.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성장이 둔화된 상황에도 수요가 늘어나자 공급망 대란이 일어난 영향이 컸다. 이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 카드가 나온 상황이지만, 경기가 정말 회복돼 시행되는 상황은 아닌 만큼 ‘정책 역효과’ 의문이 제기되는 현실이다.


시장 “금리 역전 현상, 정책 오류 가능성 시사”


[사진=KB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는 연준에게 채권시장에서 나타난 금리 역전 현상은 일종의 경고 신호가 될 전망이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하회하는 흐름과 관련, 시장은 2025년께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반영된다고 보고 있다.

KB증권 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월 5일 기준 미국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 5년이 5년 후 5년을 넘어섰다. 이는 단기 인플레 기대가 매우 높은 반면에 장기 인플레에 대한 기대는 비교적 낮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여기에 10월에는 형세가 반대로 뒤집히는 역전 폭이 크게 확대됐는데, 이는 “공급망 차질과 수요 급증으로 인플레 우려가 높지만, 시장은 인구구조 등 구조적인 디플레이션 요인들이 여전하고 통화정책 오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10월 말 미국 30년 금리도 20년 금리를 하회하며 역전 폭이 심화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이는 연금과 같은 초장기물에 대한 수요도 강한 현상으로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BEI 같이 구조적인 디플레 요인이 여전하다는 인식도 내포한 것으로 예측됐다.

이뿐 아니라 단기금리에도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10월 14일 영국 1년 후와 4년 후 단기금리 기대(기준금리 기대)가 역전됐다. 이에 4년 후 단기금리가 더 낮아지면서, 4년 후와 1년 후 단기금리 차는 지난 10월 기점으로 마이너스 흐름을 나타냈다. 英 영란은행(BoE) 앤드류 베일리 총재가 비슷한 시기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는데, 시장은 BoE의 인상 사이클이 빨리 종료될 것으로 봤다.

아울러 유로달러 선물에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지는 ‘커브 플래트닝’ 현상이 나타난 점을 두고, 역전 폭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일 2024년 말과 2025년 말 유로달러 선물가격이 역전됐다. 이는 “2025년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지다가 이제는 인하가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함의인데, “영국 BoE에 이어 미국 Fed의 정책 오류 가능성(인플레 안정을 위한 빠른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뜻으로, 이는 장단기 금리차 축소 압력의 주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3개월 후 10년 만기와 5년 만기의 금리스왑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스왑션(Swap+Option)에 대한 내재변동성이 역전된 점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지난 10월 22일부터 향후 10년보다 5년 금리에 대한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되면서, 연준의 정책 기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향후 5년 금리 변동성 확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현재 연준의 통화정책 스탠스는 3-5년물 금리를 통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후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예측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디플레이션 우려


결국 지금과 같은 정책 기조라면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경기가 표면상으로는 회복해보여도 금리인상 속도를 실물 경제가 감당하지 못한다면 4-5년께 다시 금리인하 정책이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장기채권 금리가 여전히 오르지 못한다면 문제다. 장단기 금리 차의 역전 현상은 경기 침체에 선행하는 현상 중 하나로 꼽힌다.

KB증권 박준우 연구원은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시장은 2024년까지 기준금리를 올리고 2025년에는 기준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음을 반영하고 있는데 이게 연준이 의도한 방향은 아니다”라며 “연준은 차근차근 금리를 올려서 2025년이나 이후 2.5%까지 올리는 부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시장은 이를 믿지 않고 있어 정책 오류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준이 단계적으로 금리를 2.5%까지 올릴 수 있으려면 기준금리 인상이 경제를 망치지 않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며 “지금 테이퍼링도 가속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이 조금 빠르면 경제를 해칠 수 있고 결국 2025년까지 금리를 못 올린다는게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으로 연준이 무리하게 금리인상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게 박 연구원의 의견이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 연구원은 “지금 경제가 좋아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기보다는 예상치 못하게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지다 보니 이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경제에 해를 끼치고 결국에 연준의 최종적인 목표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너무 서두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2024년과 2025년 기준금리 인상 조치가 꺾일 것으로 보는 시장의 전망에는 2022년이나 2023년에는 기준금리를 더 빨리 올릴 거라는 예상도 반영돼 있다. 박 연구원은 “국채 금리만 놓고 봐도 단기금리가 오히려 하락을 안 하고 장기금리만 많이 하락했다”며 “단기금리가 별로 하락하지 않은 이유는 연준이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수차례 할 거라고 시장이 생각하기에 내려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는 선례도 참고할 만하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모든 회의 때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1%에서 5.25%까지 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그린스펀 의장은 장기 채권금리의 상승을 끌어내지 못하자 이를 수수께끼라고 불렀는데, 지나치게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주택시장에 거품이 낀 결과 2008년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