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금리인상 선 그은 연준 테이퍼링…미국 증시 매력도만 높아질 우려

- ‘비둘기’ 연준 결정에 美 증시 테이퍼링 우려 해소 - 어닝서프라이즈에 최고치 美 지수…기업 실적 악화에 국내 증시 부진 - 코스피 목표주가지수 괴리감 크지만 저가 매수세로 반등 기회 있어

2021-11-05     김은지 기자
[사진=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제공]

연준이 금리인상 영향에 대해 선을 긋고 예측 가능한 테이퍼링 계획을 내놓으면서 이에 따른 우려도 해소된 분위기다. 미국 주요 지수들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된 양상이다.

반면 국내 지표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이는 테이퍼링의 영향과 별개로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이 적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코스피 목표주가 지수와 현재 지수와의 괴리감도 높아진 모습인 가운데, 미국 증시에 대한 매력도만 상대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돋보인다. 이에 따른 미국 증시 수요로 원화약세 기조가 강해지면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국내 증시 매력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비둘기’ 연준, 점진적 금리인상 시사하며 테이퍼링 시작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달부터 테이퍼링 시작을 발표했다. 자산매입 축소 규모는 150억 달러로 국채 1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 달러 수준이다.

2014년과 달리 경제 상황에 따라 테이퍼링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언급됐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예상보다 큰 폭으로 높아졌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됐다. 연준은 속도 변화에 대해 “매우 투명하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KB증권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매월 150억 달러씩 매입 규모가 축소되면 테이퍼링 종료 시점은 내년 6월이다.

연준은 고용 문제를 언급하며 당장 금리인상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연준은 현재의 실업률이 고용시장을 과대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임금 상승률은 높지만 문제가 나타날 정도는 아니라고 언급했다.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병목 현상이 아닌, 수요가 높아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났을 때가 완전고용이라면서 고용이 금리인상의 조건이 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실제로 연준이 테이퍼링을 금리인상의 신호가 아니라고 단정 지으면서, 미 국채 금리는 반등했다. 또한 연준은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영란은행(BOE)나 캐나다중앙은행(BOC)와 달리 금리인상 가능성을 2022년이 아닌 2024년으로 봤다.

이에 팬데믹 이후 정부부채 내 무이표채(Bills)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 이표채(Bonds and Note)의 발행량을 늘려온 미 재무부는 처음으로 이표채 발행량을 축소했다. 특히 모든 만기의 발행 규모가 축소됐으나 단기물과 중기물의 발행량 축소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테이퍼링 우려 완화에 신고가 형성한 美 증시…코스피 상대적 부진


그간 테이퍼링이라는 시장 불확실성 요소로 상승 기조 속 혼조세를 동반한 미국 증시는 다시금 신고가를 나타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상승세를 함께 견인했다.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기업 중 약 80%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중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 비중은 약8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코스피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절반에 못 미치는 정도의 기업만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다만 위드 코로나 기조로 재개방에 대한 기대감은 미국과 국내 증시 모두 공통적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는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 MGM 리조츠 인터내셔널, 델타에어라인스 등이 선전했으며, 국내에서도 진에어, CJ CGV 등 항공·엔터산업 등의 재개방 관련주 이익 전망치가 강세로 나타났다.


코스피 목표주가지수 괴리감 커져…저가 매수세는 ‘기회’


[사진=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제공]

재개방에 대한 기대감은 공통되지만, 코스피는 최근 3개월 째 조정 세를 나타내면서 당장의 회복 기미는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 증시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상쇄할 수 있는 셈이지만 국내는 경기 회복이 더딜 수 있다.

현재 증시 상황만 봐도 미국 증시에 대한 매력도가 높아진 모습인 만큼,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국내 증시 매력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더욱이 양호한 실적으로 증시를 주로 뒷받침했던 기업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뤄내지 못하면서 블룸버그사가 산출한 코스피 목표주가지수에 대한 괴리감도 커진 양상이다.

DB금융투자 설태현 연구원은 “주간 목표주가 하향 기업 수 우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마켓 센티멘트 지표인 실적발표 수익률도 부진한 상황”이라며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 기업 중 실적발표 수익률이 플러스(+)인 기업 수는 39개로 전체의 33%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설 연구원에 따르면 5일 기준 코스피 목표주가지수는 3973pt로 주 연속 하락했으며, 상승여력은 33.18%다.

목표주가지수가 완만하게 하락해도 실제 주가지수가 하락세면 괴리감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설 연구원은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미국 기업은 실적이 좋게 나오다보니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잠재적으로 묻히는 느낌이고 국내는 좋았었던 IT 등을 비롯해서 원래 국내 실적을 이끌었던 종목이 그러지 못하다보니 전망치가 상반된 흐름”이라며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화가 강세가 돼야 좋은데 그런 측면에서는 해외가 국내보다 시장 매력도가 높아 보이고,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도 원화가 약해지고 달러가 강세로 간다면 달러 시장에 대한 투자가 주가 방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해외가 더 낫다고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커지는 괴리감이 우려되지만, 한편으로는 저가 매수세가 반등을 이끌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설 연구원은 “항상 목표주가는 실제 주가보다는 높게 잡히는 경향이 일반적이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그 괴리율이 높은 편이고 주가 하락으로 목표주가와의 격차가 20% 내외에서 30%로 최근 두 달 새 더 벌어진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괴리율이 과도하게 벌어지면 악재가 있더라도 저가 매수세가 들어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