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ETF 날개 단 탄소배출권…국내 상장 속 ‘새 바람’

- 유럽 탄소배출권가격, 사상 최고치 흐름 유지 중 - 국내 상장 탄소배출권 ETF, 유럽 배출권 거래 가격 추종 - 전망 밝지만 가격 변동성 확대 유의점도

2021-10-05     김은지 기자
탄소배출권 가격. [사진=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탄소배출권이 상장지수펀드(ETF)라는 날개를 달았다. 투자자들에게는 거리가 멀었던 탄소배출권이 그 거리를 좁혀 시장의 상품이 되면서다.

관련 해외 시장은 이미 선진국 중심으로 그 규모를 넓히고 있는데다 ETF 선물 거래도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환경 규제 등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이 상승 탄력을 받아오면서다.

이같은 해외에 비해 탄소배출권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낮았던 한국은 지난달 말 ETF 상장으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안전자산 선호와 미래지향적인 가치투자 현상으로 인기가 상승 중인 국내 ETF 시장에서 탄소배출권 ETF이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유망해진 탄소배출권


탄소배출권 거래 개념. [사진=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발급하는 탄소배출권은 일정기간 이산화탄소, 메테인 등 온실가스의 일정량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특정 국가에서 공장 등을 가동하는 탄소배출량 의무감축 대상인 기업은 실제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해당 국가의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제출된 배출량이 할당량을 넘어서면 초과분만큼 배출권을 구매해 이를 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최근 유럽의 탄소배출권가격은 지난달 8일 기준 톤당 62.85유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그 흐름을 유지 중이다. 지난 7월 유럽위원회가 2030년까지 탄소배출권 총량을 2005년 대비 61% 줄이겠다고 발표하고 탄소배출권 연간 공급 감소율이 2.2%에서 4.2%로 높아진 점이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유럽 외에도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화석연료 가격 은 상대적으로 오르는 등 다양한 요인들이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는 배경이 됐다.


지난달 말 국내 상장 탄소배출권 ETF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탄소배출권 ETF 4종이 새롭게 상장됐다.

이번 상장된 ETF들은 유럽기후거래소(ECX)에서 거래되는 할당배출권 선물 가격을 추종하도록 설계돼 유럽연합탄소배출권(EUA) 선물을 담고 있다. 2019년 기준 ECX에서 거래된 배출권 중 선물거래 비중은 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는 ‘ICE EUA Carbon Futures Index(Excess Return)’를 추종하고,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는 ‘ICE Global Carbon Futures Index(Excess Return)’ 지수를 따른다.

신한자산운용에서 출시한 ‘SOL 유럽탄소배출권S&P(H)’과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는 각각 ‘S&P GSCI Carbon Emission Allowances(EUA)(EUR) Excess Return’과 ‘IHS Markit Global Carbon Index(Total Return)’를 기초지수로 추종한다.

상품에 따라 기초지수 유형 등에 차이가 있는 만큼, 투자에 앞서서는 세부적인 환헤지 여부나 ETF 운용방식, 바스켓의 구성 등 뿐만 아니라 유럽탄소배출권시장 등 시장 전반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시장 전망 밝지만 단기 변동성 주의해야”


[사진=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이번 탄소배출권 ETF 상장은 국내에서 처음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이전까지는 탄소배출권 ETF에 투자하려면 해외 ‘KraneShares Global Carbon ETF(KRBN) 등 해외 ETF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말 상장된 해당 상품들은 당시 조정장임에도 불구하고 1%대의 상승폭을 보이며 기대감을 반영하기도 했다. 이번에 상장한 ETF들은 KRBN의 운용보수(0.79%)보다 낮은 수준의 총 보수(0.50~0.64%)로 책정돼 상품 경쟁력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분산투자에 따른 자산배분 효과도 예상된다. 전체 자산의 50% 이상을 ETF에 투자하는 상품인 EMP(ETF Managed Portfolio)가 주목을 받고 있는 흐름에서 탄소배출권 ETF 역시 새로운 분산투자 대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키움증권 김진영 연구원은 “탄소배출권이 전통적인 자산들 및 타 자산군들과 상관관계가 낮아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배분, 위험 분산에 있어 효과적”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투자 모멘텀에도 호재가 있다. 내달 1일부터 12일까지 지난해 미뤄진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파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에 강도 높은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공약이나 탄소 중립 실현 정책 제안이 나온다면 탄소배출권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 분석에 따르면, NGFS(전 세계 중앙은행및 감독 당국 협의체)는 지난해 말 톤당 22달러였던 글로벌 평균 탄소가격이 2050 탄소중립 달성 시나리오로 인해 2030년에 184달러로 8배 이상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단기적으로 가격 변동을 유의할 필요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리츠증권 이정연 연구원은 “EU 집행위원회가 탄소배출권의 투기적 거래에 따른 가격 왜곡 현상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으나 이 내용이 연말 MiFID II 검토에 반영될 경우 탄소배출권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