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코로나 장기화 속 증권업…하반기 영업환경 저하 극복하려면
한국기업평가, 금융업 신용도 이슈와 방향성 점검 분석 호실적 기저효과 고려 시 실적 저하 불가피 거래규모 감소세에 금리 인상 가능성 환경 속 ‘투자 재개’ 주목 실적 개선 환경에서 자본완충력은 개선된 상태
코로나19 확산 속 국민적 관심사가 된 증권시장으로 인해 증권업은 1년 6개월 이상 호황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증권업의 기초체력 자체가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지금까지의 실적 개선은 증권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향상보다는 증시나 금리 변화 환경에 기인했다는 분석에서다.
이에 증권업에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경 변화에 따라, 증권사들이 주목해야할 포인트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유동성 확대에 호황 누린 증권업…“환경 영향 컸다”
지난 3월 주가가 급락하고 증권사들은 대규모 헤지 손실을 부담하면서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 및 기관들이 주식을 대규모로 팔아치우면서 시장은 급락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적극 나서면서 하락장을 저지했고, 급기야 시장은 반전됐다.
상황을 일시적으로만 낙관한 전문가들도 있었지만, 풍부한 유동성 공급에 시장은 현재까지 호황을 이어왔다. 증시거래 규모가 급증하면서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부문 실적이 개선된 데다, 자산가치가 빠르게 상승해 상품운용수지가 개선되면서다.
다만 최근 수년 동안 증권업 성장을 주도했던 IB 부문 수익은 증가세가 둔화됐다.
이를 토대로 한국기업평가 안나영 연구원은 ‘금융업 신용도 이슈와 방향성 점검’ 세미나에서 “팬데믹으로 인해 자산손실에 대한 부담 등으로 투자가 위축되고 성장성이 낮아졌을 뿐 아니라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진 자산관리 부문도 역성장을 보였다”며 “증권업의 펀더멘털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증시나 금리 변화에 편승한 실적 개선이 뒤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동성 위기 겪은 1분기로 위험선호성향 낮아져
환경 변화에 따른 선순환적인 개선도 있었다. 유동성 위기가 고조됐던 지난해 3월 ELS와 DLS 관련 대규모 마진콜 부담에 4월 이후에는 우발채무 유동화증권 미매각으로 증권업계는 유동성 압박을 겪었다.
이에 긴급한 자금 조달을 위해 시장성 단기조달은 급격히 확대됐다. 2019년 말 대비 3개월 만인 지난해 3월 말 단기성 자금 조달 규모는 약 10조원이 급증한 49조1000억원에 달했다.
다만 이 단기성 자금 조달 비중은 큰 변동이 없이 유지되고 있는 반면, 금리 메리트와 만기 구조 개선 효과가 있는 회사채나 후순위사채 등 장기 채권 비중이 완만하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사채 발행은 2019년 12월 말 15조1000억원에서 약 18개월 만인 지난 6월 22조1000억원으로 약 7조원 상승했다.
금융상품 환매를 통한 대고객부채의 경우, 자금 조달 구성 중 일정 기간 후 다시 매입하는 조건으로 채권을 매도해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이 2019년 말 49%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60%로 늘었다. 반면 위험도가 높은 매도파생결합증권은 같은 기간 46%에서 34%로 비중이 축소됐다.
안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운용규제가 강하고 안전한 조달이라고 볼 수 있는 RP는 코로나 기간 중 꾸준히 증가했지만, 증권업에 유동성이나 실적에 충격을 준 매도파생결합증권은 빠르게 감소했고, 발행어음 사업자들의 조달 경쟁 약화로 발행어음을 통한 조달도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며 “전반적으로 만기 구조가 개선됐고 조달 측면에서 위험성향은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기존 유동성 리스크 관리 지속…영업환경 저하 속 투자 재개 기대
증권사들은 그간 증시 호황 속에서 유동성을 위협해온 파생결합증권, 우발채무, 해외대체투자 등 주요 리스크 요인들에 대해 관리태세를 높여왔다.
2015년 중국 당국의 규제와 이로 인한 경제 둔화 우려로 인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는 7500선까지 폭락했다. 1만5000선에 육박한 지수가 9개월 만에 반 토막이 됐던 것이다. 이에 홍콩H지수에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 피해를 크게 본 바 있다.
이를 반면고사로, 국내 증권사 대부분은 ELS를 크게 줄여 부담을 덜어놓은 상태다. 자체헤지 ELS의 경우 대형사는 2019년 12월 21조원에서 지난 6월 기준 12조4000억원으로 절반 가량 감소했으며, 일반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도 같은 기간 2조1000억원에서 8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안 연구원은 “증권사 자체적으로도 신규발행을 줄였고, 작년 하반기부터 조기상환으로 정상화되면서 익스포져 감소 속도가 빠르다”며 “2015-2016년 홍콩H사태 당시에는 일반 증권사들은 축소한 반면 대형사들은 시장이 돌아올 것으로 바라보고 롤오버(만기 시 재판매)했지만,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빠르게 줄여 코로나 이후 위험이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이후 유동성을 압박한 우발채무에 대한 대응력도 높아졌다. 안 연구원은 “자본시장 불확실성과 증권사 신용도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증권사 크레딧이 들어간 유동화채권이 원활하게 유통되지 않아, 당시 증권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채권을 고금리로 팔거나 그도 안 되면 직접 매입해 보유해야했기에 회사에 따라 수백억에서 수천억까지 유동성 부담을 질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특히 대형사를 중심으로 금융상품을 매입하거나 대출을 하는 등 다른 형태의 IB투자로 잠재적인 유동성 부담이 될 수 있는 우발채무를 많이 줄여나갔다”고 말했다.
또한 팬데믹 속 가장 익스포저 비율이 높은 해외투자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연체나 요주의 등 부실률은 축소되고 있다는 게 안 연구원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부실률 10%) 대비 올해 6월 말 부실률은 4%로 축소됐다. 안 연구원은 “부실률 축소는 실적배당형 상품을 연체에서 정상으로 재분류하고, 부실자산 운영을 정상화하거나 셀다운하는 방식 등에 따른 영향도 있었다”면서도 “대형사별 투자전략에 따른 익스포저 증감은 차별화됐지만 부실률은 감소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리스크 대응은 개선된 모습이 보이지만,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이전과 다른 영업환경 저하 징후에 따라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히도, 팬데믹 속 실적 개선으로 증권사들은 자본 여력을 갖췄다. 이에 따라 호황에 따른 기저효과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투자 확대가 새로운 기회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증시는 상반기 중 거래규모가 이미 감소세로 전환됐으며, 상반기 코스피 지수가 3200선을 돌파하며 우상향을 이룬 것과 달리 하반기에는 3100선을 간신히 유지해 하락세를 보인 모습이다. 시장금리는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어,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진 측면에서 증권사들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 전반은 자본완충력이 개선된 상태다. 대형사는 2020년 3월 이후 자본완충력이 개선되고 있고, 2017년 발행어음 사업 개시 이후 신규 사업자인 미래에셋증권이 등장하면서 조달여력이 풍부하다. 일반증권사는 자본완충력이 더욱 월등한 상태로 파생결합증권 중심으로 부채를 줄였고 유상증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안 연구원은 “위탁매매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나 채권 운용규모가 크고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증권사는 호실적 기저효과를 고려할 때 실적 저하가 불가피하다”면서도 “금융변수 민감도가 낮은 IB 수익을 추구하는 형태로 투자 확대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대형사들은 이미 코로나 상황에서도 해외 투자를 진행해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안 연구원은 “실사에 그간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 국민연금에 원격실사가 허용되면서 운용 요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연기금의 경우 돈은 쌓이는 만큼 연기금 축적이 지속되고 장기간 해외투자 정체로 대체투자 운용 니즈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드코로나 얘기도 나오다보니 자본은 해외로 더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코로나 때 저평가된 자산을 앞다투어 매수하려는 수요로 인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투자가 집중되고 언택트 자산 투자 매력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 주요 증권사 7개사의 지난해 4월부터 지난 6월까지 자산별 신규 투자를 보면, 팬데믹 속 에너지 등 발전소 투자는 1순위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오피스, 기업, 물류 및 데이터센터, 사회간접자본(SOC) 순이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