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하이자산운용 되는 DGB운용 ‘리브랜딩’…블랙록 부문 인수 앞두고 ESG는 ‘아직’

- 지배구조 변동 無…DGB지주 모회사 - 리테일 부문 흡수시 순자산기준 7천억원 펀드 이관 - ESG 앞장 서는 블랙록운용 가이드라인 활용 계획은 없어

2021-08-25     김은지 기자
하이자산운용 CI. [사진=DGB자산운용 제공] 

DGB자산운용이 하이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꾸며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탈바꿈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자산운용의 리테일 사업부문 인수를 앞두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결정이다.

현재 리브랜딩 전략은 지방은행 이미지를 벗어난 리테일 확장에 있으나 구체적인 방향은 제시된 바 없다. 자산운용사로서 ESG시장을 선도하는 블랙록의 ESG 가이드라인 등을 인수와 동시에 반영하는 상황은 아닌 셈이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 ESG 경영을 적극 추진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ESG 펀드 상품이나 ESG종목 운용자산 편입 및 투자에 힘을 쏟으면서 블랙록이 추진 중인 ESG 정책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3개년 실적 부진했던 DGB운용, 블랙록 부문 인수 효과 기대


블랙록자산운용 CI. [사진=블랙록자산운용 제공]

2000년 3월 설립된 DGB자산운용은 DGB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 2016년 10월 편입됐다.

임직원 수는 2018년 40명에서 2020년 기준 53명으로 13명 증가했으며, 자산 규모는 2018년 390억원에서 2020년 397억원으로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2018년 64억원에서 2019년 37억원, 2020년 24억원으로 DGB금융지주 편입 이후 줄곧 줄어든 상황이다.

최근 3개년 실적은 이같이 부진한 편이지만, 블랙록 리테일 사업부문 인수를 앞둔 DGB운용은 이번 사명 변경이 브랜드 확장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GB운용은 “이번 사업 인수를 통해 해외 리테일 사업을 보강해 균형적인 수탁고 발전과 수익처 다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DGB운용은 지난 3월 해외 상품 다양화 및 차별화를 통한 국내 리테일 펀드시장 활성화를 위해 블랙록운용의 공모펀드 부문을 인수하고자 분할합병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사업을 흡수해 DGB운용은 순자산기준 7000억원 규모의 20여개 역내펀드를 이관 받게 된다.

2019년 말 취임한 박정홍 대표는 블랙록자산운용에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약 15년간 근무하며 국내 리테일 부문까지 도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랙록 ESG경영 가이드라인 반영하나…“장기적으로 검토”


블랙록의 기업관여 가이드라인. [사진=자본시장연구원 홈페이지]

DGB운용의 블랙록 부문 인수를 위한 사명 변경 전략은 기존 지방은행 이미지를 탈피하는 느낌을 제공하는 한편 회사의 리테일 확장 목표에 따라 진행됐다.

여기에 박 대표가 블랙록 출신인 만큼 선도적인 ESG 경영으로 평가받고 있는 블랙록의 방침과 이에 따른 사업이 연결되는 지 확인했으나, 당장의 도입 검토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DGB운용 관계자는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인수 예정인 펀드들은 기존에 블랙록코리아에서 계속 관리돼왔던 공모 리테일펀드여서 ESG전략이 포함돼있지는 않다”며 “블랙록코리아는 별도 법인으로, 리테일 사업 부문만 분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블랙록의 ESG 부분은 장기적으로 보고 있어서 단기적인 계획은 없다”며 “장기적으로 검토는 가능한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서 따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블랙록은 투자은행 및 자산운용 사업부문에서 고객 또는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기업관여 자체 가이드라인을 통해 ESG경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최순영 연구원은 “기업 관여는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ESG 역량을 타 기업에 전수하는 수단으로서 ESG 경영의 중요한 기능에 속한다”며 “블랙록은 이사회 독립성, 조직 다양성, 기후변화 대응전략 등 현재의 ESG 수준과 더불어 ESG가 투자대상 기업의 장기성장 전략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도 함께 검토하는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블랙록의 ESG 경영 방침은 ESG 금융 사업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는데, 이는 국내 운용사들에도 시사점으로 지목되는 부분이다. 최근 자산운용업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도 펀드 설정 및 운용에 ESG 투자전략을 반영하는 것이다.

최 연구원이 발표한 ‘해외 금융회사의 ESG 경영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블랙록은 지난해기준 전체 운용자산이 8조7000억달러에 달하며, 이중 ESG 투자전략을 활용하는 ESG 펀드 및 ETF의 비중은 35.6%에 달한다.


ESG 체계 구축한 DGB그룹…ESG 펀드 출시 및 운용자산 편입·투자 추진 전망


2021년 DGB금융그룹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내용 일부. [사진=DGB금융그룹 홈페이지] 

DGB운용이 현재로선 ESG경영을 적극 나타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모회사인 DGB그룹 차원에서는 계열사마다 ESG 관련 추진 계획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DGB금융그룹은 2006년 금융권 최초로 지속가능경영을 선포한 이래로 꾸준히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오는 등 국내 금융권 내에서도 일찌감치 ESG 체계를 자리잡아왔다.

DGB금융그룹은 지난 3월 그룹의 ESG 전략과 성과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신설해 반기마다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양날개인 ESG경영협의회와 ESG실무협의회도 있다. ESG경영협의회는 각 계열사 전략이나 ESG 담당 임원으로 구성돼 ESG 전략 수립과 이행, ESG위원회 보고 및 ESG 이슈 대응을 하게 되며, ESG실무협의회는 각 계열사 ESG 담당 부서 실무자로 구성돼 ESG 과제 발굴과 실행 등을 협의하게 된다.

올해 발간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DGB금융은 지난 3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금융지지 선언’에 이어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프로젝트 파이낸싱 불참 및 석탄 발전소 건설 목적의 채권 인수를 거부하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DGB금융지주는 1000억원, DGB대구은행 20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DGB운용 차원에서는 ESG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ESG투자기준을 마련하고, 탈석탄투자의 일환으로 삼척의 신규 석탄발전소 회사채 인수에 불참했다. 앞으로의 추진 계획으로는 주식형 및 채권형 ESG 펀드를 출시하고, ESG 종목 운용자산을 편입하고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운영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ESG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