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유동성 잔치 끝날 조짐…안전자산 ‘고개’
자산 매입 규모 줄이면서 금리 인상 시기 점쳐 델타변이 변수로 변동성 높아…달러·채권 안전자산 선호 외국인, 4일간 3년 국채 선물 5만7000계약 순매수
팬데믹 상황에서 이어져온 유동성 잔치가 끝날 조짐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산 매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연내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내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경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델타 변이 확산 등에 따라 아직까지는 금리 동결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
테이퍼링 이후 금리가 인상되면 달러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시장의 변동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에 투자자들은 발 빠르게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있는 양상이다. 시장의 변화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 결과다.
연내 테이퍼링 개시 언급한 연준…자산매입 속도 ‘브레이크’
18일(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은 테이퍼링이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했는지를 보여줬다.
연준은 회의록을 통해 “대부분의 위원들이 테이퍼링을 올해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FOMC에서 테이퍼링의 조건으로 설정한 ‘이중책무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의 관점에서 봤을 때 물가는 이미 조건에 부합했고 고용도 거의 도달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미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최근 몇 달간 5%를 넘나들어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았다. 연준이 평균 2%대 물가상승률을 목표치로 설정한 점을 감안하면 이는 높은 수치다.
지난달에는 정부 고용으로 24만명이 증가하면서 이전 3개월 평균 정부 고용 증가치를 2.6배 이상 넘어섰다. 민간 고용 회복세는 70만3000명으로 6월(76만9000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둔화됐지만 이전 3개월(51만7000명) 규모를 상회했다. 특히 팬데믹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호텔레저업 고용은 전월비 38만명 증가하며 고용 회복세를 견인했다.
또한, 미국의 실업보험 청구건수는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한 주간 실업보험청구자 수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 주보다 2만9000명 감소한 34만8000명이었다. 이는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3월 14일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이에 경제상황과 금융환경도 향후 수개월 내에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을 정당화할 것이라는 게 여러(various) 참석자들이 밝힌 의견이지만, 일부는 아직 고용시장이 상당한 추가 진전을 이루지 않았고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 내년 초에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많은 참석자들은 기준금리 인상 조건에 부합하기 전에 테이퍼링을 끝내 놓는 편이 좋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경제 상황이 좋으면 기준금리 인상을 할 수 있게 테이퍼링을 먼저 마치고 기준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는 시각에서다.
그 결과 테이퍼링은 최소한 내년 말 기준금리 인상을 하기 위해 내년 중반이나 늦어도 3분기 중에는 마무리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외 증시 하락 마감…델타 변이 변수에 3년 국채 선물 순매수 늘어
연준의 테이퍼링 논의로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하락세로 장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82.59p(1.08%) 하락한 3만4960.69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7.81p(1.07%) 떨어진 4400.27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30.27p(0.89%) 내린 1만4525.91에 장을 마감했다.
이 여파로 국내 증시도 코스피 3300선을 앞두고 휘청거렸다. 19일 오전 9시40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5.91p(0.19%) 하락한 3153.02를 기록했다. 지난 5일부터 17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하다가 전일 소폭 반등했지만 이날 다시 약세를 보였다.
변동성이 커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도 두드러졌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지난 4월을 제외한 현재까지 매도세를 이어가 코스피 시장에서 총 28조7354억원을 팔아치웠다.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한 규모도 6조2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안전자산으로는 자금이 몰리는 양상이다.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2000명을 돌파한 가운데, 달러 인덱스는 올해 4월 이후 최고 수준인 93선까지 오르면서 달러화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일 11시 5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p 오른 1178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은 시장의 변동성을 보다 자극하고 있다. 그 결과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국고3년 금리는 1.40% 이하로 떨어졌다. 델타변이 확산에 이달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외국인은 4일간 3년 국채 선물 5만7000계약을 순매수했다.
하나금융투자 이미선 연구원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정점을 지난 가운데 테이퍼링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훼손되는 모습”이라며 “내년 미 국채 순발행은 올해 대비 900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테이퍼링에 따른 연준의 순매입 감소분(5700~6800억 달러)을 상회하는 규모”라고 말했다.
이어 “테이퍼링 이슈는 채권 수급 부담에 영향을 주지 않은 채 달러강세, 주가하락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SK증권 신얼 연구원은 “코로나 전개상황은 차주 진행되는 금통위에서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고, 외인의 적극적인 국채 선물 매수 압력이 발현된 점도 금리 레벨의 하단 테스트를 지지하고 있다”며 “기준금리 영향 하에 놓인 단기물 중심으로 금리 하방 압력이 두드러지겠으며, 국고 3년 금리는 1.30% 터치 시도를 하는 반면, 금리 인상 시에는 단기물의 약세 압력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