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삼성생명, 삼전 배당금 무색해진 2Q…IFRS17 도입 준비는 ‘선두’
2분기 소송 관련 충당금 4000억원 규모 발생 IFRS17 앞두고 적립금 확대…타사 대비 월등 LAT 잉여금 23조원…배당성향 50% 언급도
삼성생명이 지난 1분기 대규모 삼성전자 배당금을 수령했음에도 즉시연금 관련 패소에 따른 충당금 발생으로 2분기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했지만,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준비 면에서는 가장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당금이 이번 2분기 실적에 끼친 타격은 컸지만, 삼성생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새로운 회계 기준인 IFRS17에 유리하게 시스템을 바꾸고 적립금을 많이 쌓는 등 선제적으로 잘 대응해왔다는 점에서다.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도 삼성생명은 제도 도입 이후에도 자본이 줄어들지 않고 이익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단언해 주목을 받고 있다.
2분기, 충당금 발생에 83% 당기순이익 급감
지난 13일 삼성생명이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IR 컨퍼런스콜에 따르면, 올 2분기 당기순이익은 770억원으로 전년 동기 4490억원 대비 83% 줄었다. 이는 즉시연금 관련 소송 1심 패소로 충당부채 2780억원을 적립해 영업외손익이 급감한 결과다.
앞서 지난달 말 삼성생명은 가입자 57명이 제기한 즉시연금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이로 인해 삼성생명은 1인당 6억원 가량으로 총 342억원을 지급하게 됐다.
그러나 법원 판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될 경우 소송을 제기한 원고 외에도 해당 보험에 가입한 5만여명에게 모두 미지급금을 지급하게 되면 그 규모가 더 커진다. 이들을 토대로 계산되는 미지급금 총액은 4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배당금 상쇄됐지만…신계약 확대와 적립금 증가 ‘긍정적’
대규모의 충당금 발생은 올 1분기 삼성생명이 수령한 삼성전자 배당금 8000억원의 상당 부분 상쇄하는 결과를 냈다.
그러나 삼성전자 배당금은 애초에 배당재원으로 사용될 계획이었다. 즉 충당금이 아니면 어차피 주주 배당재원으로 나가게 되는 금액이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충당금 적립이 실적 충격을 줄이면서도 배당 유출도 감소시켜 실보다 득이 많은 결과인 셈이 됐다.
충당금 이외의 엉업 실적 자체도 나쁘지 않았다. 삼성생명의 신계약 가치는 전년 동기 대비 31% 올랐으며, 신계약 APE(연납화보험료)도 24% 증가했다.
보험손익 실적 잠정치는 23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하며 흑자전환했다. 투자손익은 지분법 이익이 전년동기대비 증가해 전년동기 대비 10.2% 늘었다.
유안타증권 정태준 연구원은 “시장 전반적으로 신계약이 축소된 가운데 독보적으로 신계약을 확대함에 따라 보험손익이 예상보다 우량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과 지분법 이익 증가로 투자손익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인 점은 긍정적”이라며 “신계약 확대로 보험료적립금 증가 폭도 확대됨에 따라 영업이익은 추정치 하회했으나 보장성 신계약 판매 확대에 힘입어 상반기 신계약가치는 전년 동기 대비 28.0% 증가했다”고 말했다.
IFRS17 앞두고 자본 경쟁력 확보…LAT 잉여금 높은 수준
삼성생명은 신계약이 증가함에 따라 적립금도 확대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IFRS17 도입을 앞둔 보험사들은 과거보다 더 많은 적립금을 쌓아둬야 하기 때문이다.
IFRS17은 세계 보험회사의 재무 상황을 같은 기준에 따라 평가·비교하기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 제정한 새로운 보험업계의 회계 기준으로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기존에 적용된 IFRS4는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계약 시점의 원가로 평가하는 반면, IFRS17은 매 결산기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로 평가한다. 원가 평가 방식은 보험부채가 한번 확정되면 그에 맞춰 책임준비금을 쌓으면 되지만, 시가 평가는 해마다 보험부채가 달라져 책임준비금 규모도 그때그때 바뀐다. 변동성이 더 커진다는 얘기다.
결국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보험료를 굴려 얻을 수 있는 투자수익률도 떨어지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을 앞두고 더 많은 적립금을 쌓고 자기자본 수준을 더 높게 유지해야 한다.
이에 삼성생명은 저금리 시대 속 2023년 이익 구조가 이자율차이익(이차익)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존에는 보험회사의 3대 이익 중 사업비차이익(비차익)과 위험률차이익(사차익)이 주 이익 기반이 됐지만, 기관투자자들과 같이 자산 투자를 통한 이익으로 저금리를 보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 셈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6월 말 기준 운용자산이 247조원에 달한다.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대량 판매한 보험사들은 제도 도입을 앞두고 저금리 상황 속에 부채 규모 부담이 높은 반면, 두둑한 운용자산을 기반으로 삼성생명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적정성평가(LAT)를 통해 나타낸 잉여금도 약 23조원에 이른다. 이는 다른 대형 생보사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비차이익과 사차이익이 이차이익 중심으로 변경될 것”이라며 “부채의 시가 평가가 핵심이라 가정에 대한 민감도가 커질 것으로 보여, 이를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기준으로 삼성생명의 자본 규모는 줄지 않는다는 것이고, 당사의 고금리 고정형 준비금의 손실은 변동형 준비금으로 상계가 다 가능한 수준”이라며 “삼성전자 특별 배당을 제외한 경상적인 규모로 보면 2023년 이후 이익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이밖에도 “손보사보다는 생보사의 걱정이 많은데 삼성생명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자신감도 나타냈다.
한화투자증권 김도하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2023년 회계기준 변경 이후에도 현재의 자본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생보사의 IFRS17 부담이 비교적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달리 우려가 적다”며 “가급적 경상이익 대비 배당성향 50%라는 전향적인 주주환원책도 유지할 의지가 있음을 언급해 그 자신감이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