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증권사, 3분기 덩치 순위 ‘그대로’…실적 ‘희비’
- 물 건너간 1조 클럽…미래에셋·한투·NH證 실적 부진
- 신한證 사옥 매각, 메리츠·하나證 평가익 개선에 선방

2022년 3분기 대형증권사 자기자본 및 순이익. [그래픽=한아름 기자] 
2022년 3분기 대형증권사 자기자본 및 순이익. [그래픽=한아름 기자] 

증시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증권사들 상당수가 덩치에 못 미치는 실적에 그쳤다.

대형증권사들은 지난해 증시 호황을 바탕으로 일제히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자기자본 기준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과 2위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최대 실적이 무색한 수준에 그쳤으며, 3위인 NH투자증권도 10대 증권사 중 최하위 순이익을 기록했다.

대형증권사 중 올해 3분기 실적이 성장세를 기록한 곳은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으로 3사 뿐이다. 이마저도 실질적인 실적 개선을 이뤘다고 할 만한 곳은 메리츠증권 정도다. 신한투자증권은 사옥 매각으로 올 누적 순익 2위로 단숨에 올랐지만 이를 제외한 순익은 평균 이하였다.


덩치 키운 대형증권사들


대형증권사들은 지난해 증시 호황을 바탕으로 일제히 몸집을 불렸다.

자기자본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증권사들 순위에 변동은 없었다. 모두 자기자본이 전년 대비 증가했기 때문이다.

공시에 따르면 3분기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10조9915억원으로 전년 대비 3.81% 증가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2-3위인 한국투자증권(7조4212억원), NH투자증권(7조3116억원)도 전년 대비 6조원대에서 7조원대로 올랐으며 4-5위인 삼성증권(6조1834억원)과 KB증권(6조539억원)도 5조원대에서 6조원대로 발돋움했다.

6-7위인 하나증권(5조9550억원)과 메리츠증권(5조8402억원)은 지난해보다 약 14%로 가장 많이 증가한 수치로 자기자본이 6조원대 규모에 다다랐다. 8-9위인 신한투자증권(5조5483억원)과 키움증권(4조4648억원)도 전년 대비 약 9% 증가해 양호한 수준을 보였고 10위인 대신증권(2조8316억원)도 자기자본 3조원대 진입을 앞뒀다.


올해는 ‘1조 클럽’ 주춤…리딩 증권사 줄줄이 타격


반면 3분기 성적표를 들여다본 결과 대형증권사들 상당수는 작년에 못 미치는 순익 실적을 기록했다. 대형 증권사 10개사의 3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익은 1조36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줄었다.

지난해 영업익과 순익 모두 1조 클럽에 달했던 미래에셋증권은 올 3분기 순익이 104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9.28% 감소했다. 가장 큰 타격 요인은 지난 7월 진행한 CJ CGV의 전환사채(CB) 공모청약이 부진한 영향으로 꼽히며, 이외에도 트레이딩 부문 수익이 반토막 나고 하반기 IPO 공모도 철회하면서 투자은행(IB) 수수료 손익이 63% 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익과 누적 당기순익이 1조원을 넘어선 한국투자증권도 올해에는 주식·채권 운용의 손실로 주춤했다. 지난해에는 카카오뱅크의 기업공개(IPO)로 지분법 이익도 누렸지만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은 올 3분기 순익은 905억원으로 전년 대비 85.43% 줄었다.

전통 IB 강자로 호실적을 기록해온 NH투자증권은 3분기 순익이 119억원으로 전년 대비 94.45% 줄면서 가장 크게 쪼그라들었다. 이는 10대 증권사 중 최하위 수준으로 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도 제일 낮다. 채권 운용 손실과 위탁매매 수익은 물론 IB 관련 수익이 모두 줄어든 결과다.

결과적으로 지난해는 그야말로 ‘증권사의 해’로서 연간 순익 기준 ‘1조 클럽’에 진입한 증권사가 5곳이나 됐지만, 올해에는 연간 순익이 1조원에 달하는 증권사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익 1,2위인 메리츠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각각 6583억원, 5704억원의 순익을 거둔 부분을 감안해도 1조원을 넘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신한證 3분기 ‘반짝’ 1등…메리츠·하나證 선방


올 3분기 여의도 사옥에 대한 매각 이익을 반영한 결과, 신한투자증권은 기존 순익 상위권인 증권사들을 제치고 한방에 당기순익 기준 1위에 올랐다.

공시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의 3분기 순익은 381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754.93%나 급증한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반짝 1등’에 그칠 모양새다. 사옥 매각 이익을 제외하면 순익이 595억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금융당국이 내린 독일 헤리티지 펀드 원금 반환 결정을 감안하면 순익의 상당수가 배상에 활용될 수 있어 실질적인 이익으로 남겨지기에는 어려워보인다.

반면 3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4% 올라 2175억원을 기록한 메리츠증권은 이번 분기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실 성장세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된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해외채권 자금 회수와 환율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이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분기 일부만 환수된 하이난항공 채권 관련 자금을 마저 회수하면서, 금융수지 순영업수익이 104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3.3% 올랐다. 트레이딩 관련 실적도 환율 상승 효과로 외화 관련 평가익이 늘면서 전분긴 대비 순영업수익이 약 212% 늘었다.

이밖에도 하나증권은 지난 분기 대형사 중 꼴찌 순익을 기록했지만 이를 3개월 만에 만회했다. 2분기에는 지난 3월 매입한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증권 자회사인 BSC 주가 하락으로 평가손실이 약 700억원 발생하면서 순익이 196억원에 그쳤지만, 3분기 주가가 반등하면서 평가익이 300억원으로 다시 올랐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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