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부터 연쇄적으로 불거진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많은 금융 소비자 피해를 야기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되고 금융사들이 내부통제를 재정비하는 등 의미 있는 진전은 있었지만, 피해 구제 절차는 온전하지 않아 시간이 갈수록 남아있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가중된 모습입니다.

더 나아가 피해자들은 금융사들의 잘잘못을 입증해야만 원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된 만큼, 철저한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볼수록 얽히고설킨 사모펀드 사태. 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해소되며 금융시장에 정의가 바로 서기까지, 끝까지 진실을 추적하고자 합니다.

[사진=임서우 기자]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독일헤리티지피해자연대,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는 22일 오전 10시30분 금융감독원 앞에서 판매사가 분조위 결과를 수용하고 전액을 배상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임서우 기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3년 만에 독일 헤리티지 펀드의 사기성을 인정해 판매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원금 100%를 돌려주도록 권고했다.

이에 일반 투자자 기준 4300억원의 투자 원금이 환매 중단된 피해자들에게 모두 반환될 지 주목된다.

이제 남은 건 판매사들의 수용 여부다. 판매사들이 분조위의 조정 결과를 받아들이냐에 따라 피해자들에 대한 전액 배상이 최종 결정된다. 


금감원, 4300억원 원금 반환하라 권고


금감원 분조위가 헤리티지펀드에 대해 환매 중단 3년 만에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결정을 내렸다.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착오를 유발해 거액의 환매 중단 사태를 초래한 점이 인정된 셈이다.

22일 금감원 분조위는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회사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와 관련된 분쟁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일반 투자자 기준 4300억원의 투자원금을 반환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헤리티지 펀드와 관련된 분쟁조정이 신청된 건수는 판매 금융회사 6개사 190건에 달한다. 이중 신한투자증권이 153건으로 가장 많았고 NH투자증권이 17건으로 뒤를 이었다.

금감원의 결정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판매금액 3907억원, NH투자증권 243억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233억원의 원금을 전부 배상해야 한다.

금감원은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았다면 신청인은 물론 누구라도 이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이는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헤리티지 펀드에 대해 계속 사실 조사를 했고 해외펀드라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계약취소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비롯해) 여러 의견들이 있었지만 결론은 취소로 가는 것으로 결정났다”고 설명했다.


사기성 인정한 금감원


금감원이 발표한 계약취소 결정 이유를 보면 헤리티지 펀드의 사기성이 농후한 모습이다.

독일 내 유명 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헤리티지 펀드 시행사는 건전한 재무상태와 밝은 사업전망을 가진 독일 상위 4.4%에 해당하는 기업이라고 설명됐다. 하지만 사실 시행사의 사업 전문성은 확인되지 않은 데다가 투자자들에게 제시된 사업 이력은 시행사가 설립되기 이전 또는 헤리티지 사업과 무관한 사업 등으로 확인됐다.

시행사의 자금력 등에 의존한 투자금 회수에 대한 안전장치는 사실상 이행이 불가능했고 담보권 및 질권의 확보도 미흡해 투자금의 회수구조가 사실상 실현 불가능했다.

여기에 시행사가 투자를 예정했던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을 정도에 달하는 이면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시행사가 부동산을 취득한 후 1년 이내 설계 및 변경인가를 완료한다고 설명됐지만, 실상은 시행사가 취득한 부동산 중 인허가를 신청한 부동산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금감원 분조위는 “해외운용사가 중요부분의 대부분을 거짓 또는 과장되게 상품제안서를 작성했고, 6개 판매사는 계약 체결시 동상품제안서에 따라 독일 시행사의 사업이력, 신용도 및 재무상태가 우수해 계획한 투자구조대로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고 언급했다.


판매사 최종 결정 관건 


이제 남은 것은 판매사의 배상 결정이다. 신청인 및 판매사가 조정안을 접수한 후 20일 이내에 금감원이 결정한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이에 헤리티지 피해자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판매사들에게 전액을 배상하도록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했다.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독일헤리티지피해자연대,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금감원 분조위는 판매사들이 신속하게 분조위 결과를 수용하도록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신동화 간사는 “지난 수년간 사모펀드 사태를 봤을 때 금융회사들이 피해자에 대한 배상 결정 혹은 금융당국의 제재 결정에 대해서 불복하고 소송으로 계속 사태를 장기화시키는 상황들이 많았다”며 “금융회사들이 책임을 인정하고 즉각적으로 원금 배상에 나설 것을 요구드린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분조위의 취소 결정 이유에 대한 법률 검토와 고객보호 및 신뢰회복 등의 원칙 하에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사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서우 기자  dlatjdn@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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