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계사 지위 강등 문제 두고 노사 시각차
- 노조 “조직 분할에 병폐 있어…부당행위”
- 사측 “근로자성 문제 해당 안 돼…법이 해결해야”

한화생명 본사가 위치한 63빌딩. [사진=한화생명 제공]
한화생명 본사가 위치한 63빌딩. [사진=한화생명 제공]

최근 한화생명이 초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출범을 공식화한 가운데, 한 지점에서 팀장이었던 설계사 2명의 지위가 일반 설계사로 강등된 사건이 발생해 내부 잡음이 일고 있다.

이는 하나의 개별적인 사건 같지만 그간 문제제기 돼온 보험설계사 처우 문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최초 설립된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가 사측의 행위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적극 내고 있어서다.

반면 사측은 설계사에 대한 지위 조정이 당사 기준에 의거해 결정된 직무전환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부당해임이나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구제신청 등은 설계사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지 여부에 달린 만큼, 회사가 아닌 국회에서 해결해야 될 문제라는 시각이다.


피해 당사자들 “사전에 어떤 통지나 강등 사유 못 들어”


한화생명금융서비스노조는 보험설계사 강등 건과 관련해 지난 21일 한화생명 본사 앞에서 사측의 부당행위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7월 팀장직을 맡았던 보험설계사 A씨와 지점장의 의견 충돌에서 비롯됐다. A씨가 소속 신입 설계사를 등록하려고 하자 지점장은 이를 거부했는데, 이로 인해 A씨는 해당 지점을 관리하는 구리지역단장과 면담했다. 이때 단장은 지점장과 중재하겠다고 말했지만 이후 진전은 없었으며, A씨는 면담자리에 함께 출석한 같은 지점 동일직급의 설계사 B씨와 함께 지난 9월 팀장직 해임 통보를 받았다.

하루아침에 팀장에서 일반 보험설계사로 강등된 A씨와 B씨는 팀장직 해임 사유에 관해 충분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사측에 강등 사유를 밝혀달라고 요구하며 회사에 감사도 요청했지만 회사로부터 ‘팀장의 직무전환은 회사 권한이다, 지점에서 팀장들이 소란을 피웠다, 지점장에 대한 험담을 했다’는 등의 사유만을 들었다고 전했다.

피해 당사자들은 “처음에 신입 설계사에 대한 지점장의 등록 거부로 문제가 시작됐고, 단장과 면담을 했을 때에도 원만하게 사건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팀장에서 강등된 사실을 알았다”며 “사전에 어떤 통지나 팀장에서 강등되는 사유를 들어본 적이 없어 더욱 황당하다”고 말했다.


노조 “부당행위”…매일 피켓 시위 이어가


보험업계 특성상 해당 보험설계사들은 회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 개인영업을 하는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이에 설계사 조직은 신규 설계사를 뽑을 때 회사 차원에서 구인광고를 하지 않고 직접 팀장급 등의 개인이 리크루팅 형식으로 직접 모집하는데, 한명의 설계사를 정착시키기까지가 쉽지 않은 만큼 팀장직인 설계사를 일방적으로 강등하는 일은 부당한 행위라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한화생명지회 김미정 사무국장은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신규 설계사 등록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종의 병폐가 좀 있다”며 “조직 분할이 내부적으로 이뤄지는데 지점장이 보다 옹호하는 팀장들이 있어서 한 팀장이 해임해 팀이라는 조직 하나가 깨지면 해체 과정에서 고액을 받는 설계사를 다른 팀으로 보내면서 조직을 무너뜨리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직 관리가 안 되거나 강등의 조건이 된다면 팀장과 지점장과 지역 단장들이 같이 협의를 해야 되는 건데 단 한 번도 여기에 대해 같이 의논한 적도 물어본 적도 없다”며 “보험이 생명과 재산을 다루는 일이라 어렵다보니 사람을 구해서 정착시키기까지 어려운데 이렇게 만들어진 팀 조직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어떻게 하려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화생명지회 김태은 지회장은 “지금까지 20년 넘게 이 회사에서 일했지만 그러한 사유로 회사가 일방적으로 팀장을 강제로 일반 설계사로 강등시킨 경우는 없었다”며 “이것은 지점장이나 단장이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지른 부당행위로, 팀장의 원상복귀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같은 입장을 표명하며 매일 본사 앞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나 사측은 이를 이유로 진행 중인 교섭까지 중단했다는 설명이다. 노조 측은 “회사와 한화생명지회는 현재 임금(수수료)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데, 회사는 피켓팅을 이유로 교섭 중단을 선언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사측 “내부 규정에 의해 이동발령 낸 것…부당행위 관련 없다”


이와 달리 사측은 내부 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이동발령을 낸 것이지 부당행위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운영 과정에서 해당 설계사분들이 팀장 역할을 더 수행하면 안 될 것 같다는 판단이 있어서 팀원으로 옮기는 이동발령을 낸 것”이라며 “지점장은 정규직원이지만 관리자로서 책임이 있기에 팀장 발탁이라든지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가질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 규정에 의해 이동발령을 낸 것이지 부당행위 관련 구제신청이나 부당 노동행위 등과는 크게 연관이 없다”며 “법적으로 회사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회사에다가 얘기하는데 근로자성이나 이런 부분은 국회에서 해결해야 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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