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사회단체 이 행장 위증죄 주장…“특정인 청탁 지시 안했다”
- 판결문에 청탁 명단 기재돼...증거 인멸 흔적도

국민은행 이재근 행장. [사진=KB국민은행 제공]
국민은행 이재근 행장. [사진=KB국민은행 제공]

KB국민은행 이재근 행장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채용 비리 사건에 대한 질의와 관련해 거짓 증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행장은 채용 비리가 발생한 과정 중 특정인에 대한 청탁 지시가 없었다고 발언했지만 국민은행 채용비리 판결문에선 청탁자의 이름이 기록돼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외에도 채용 비리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은 직원이 채용 자료를 고의적으로 폐기한 행위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서 자료를 폐기했다는 발언에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센 모습이다.


이 행장, 국정감사에서 거짓 증언 논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행장이 국정감사에서 채용 비리 관련 질의에 대해 거짓을 증언했다고 문제제기하고 국회에서 이 행장을 위증죄로 고발할 것으로 촉구했다.

금융정의연대를 비롯한 6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 이 행장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청탁 및 부당한 지시에 의한 채용비리 사실을 부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법원 판결로 실형을 선고 받은 직원이 채용 자료를 고의적으로 폐기해 증거를 인멸했지만 이 행장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한 파기라고 거짓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이 행장은 판결문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고도 거짓으로 증언했다”며 “국회는 국민은행장을 위증죄로 즉각 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지난달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 증인으로 착석해 채용 비리 사건에 대한 질의를 받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의 질의에 이 행장은 “특정인을 특정해 합격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편중돼 있는 것을 분산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라며 “어떤 분이 (채용 비리로) 합격했다고 판결문에 기록돼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청탁 지시 명단이 기재된 판결문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사진=KB국민은행 제공]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사진=KB국민은행 제공]

다만 실제로 국민은행 채용 비리 사건에 대한 판결문에 청탁자의 이름들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리브스가 입수한 1심 판결문에는 “피고인 오 모 씨는 지원자 김 모 씨를 합격시키라는 얘기가 KB금융지주 회장 및 국민은행 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던 윤종규의 지시이자 자신의 인사평정권자인 권 모 씨의 지시라고 인식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인사 및 보직 등 각종 처우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해당 지원자를 합격시키기로 마음먹었다”고 기재됐다.

또한 “박 모 씨는 국민은행 채용팀 사무실에서 이  모 씨에 대해 서류전형 평가 심사위원이 자기소개서를 평가해 최초 부여한 S등급 미만인 불상의 불합격권 등급에서 합격권인 S등급으로 임의로 상향시켜 합격자로 선정되도록 조작한 것을 비롯해, 위와 같은 방법으로 자의적인 조정을 거친 총 33명에 대해 서류전형 평가 심사위원들이 최초 부여한 자기소개서 평가등급을 상향시키는 방법으로 조작된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으로 작성했다”고 기록됐다.

여기에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지원자 정보를 폐기했기 때문에 피해자를 구제하기 어렵다는 이 행장의 발언에 대한 거짓 증언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 행장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채용절차가 끝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원 당사자에 대한 자료를 폐기하도록 돼 있다”며 “누구를 구제할지 특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2심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 오 모 씨는 금융감독원의 채용비리 감사기간 중에 부하직원에게 지시해 채용절차가 종료된 후 남아 있던 불합격자들과 관련한 자료 등을 인멸해, 지원자들에 대한 심사위원 평가결과가 변경되고 사건 범행이 발각됐음에도 구제받은 불합격자가 없게 됐다.


전형 단계별로 관리해온 의혹도


또한 이 행장이 “비리에 연루돼 신규로 채용된 직원들이 많지만 합격한 직원도 있고 불합격한 직원도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청탁대상자 모두가 합격하지 않은 이유는 국민은행이 청탁자의 중요도에 따라 전형을 단계별로 관리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심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채용팀원에게 ‘소신껏 뽑아라’라고 하면서 피고인 오 모 씨에게 ‘필기시험 응시요청’, ‘서류전형까지만 합격 부탁’ 등 내용이 기재된 메모 등을 전달했다. 이에 피고인 오 모 씨는 이를 채용팀원에게 주며 관리하도록 했고 각 전형별 심사판에 위 내용이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은행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해당 주장에 대한 공식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임서우 기자 dlatjdn@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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