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이 넘쳐나는 시대.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우리는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라는 얘기를 사실인 줄 믿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인터넷이 보급된 후 우리는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거짓은 진실 속에 숨어 사실인 것 마냥 우리의 삶에 뿌리박혀 있죠.

하지만 ‘선풍기 괴담’처럼 거짓은 진실을 영원히 이길 수 없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 유통되는 거짓을 뿌리 뽑는 날까지, 더리브스 ‘팩트체크’는 진실을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pixabay 제공]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pixabay 제공]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과 금융상품회계기준(IFRS9)이 내년 도입·적용되는 가운데 삼성생명이 새로운 회계 기준상에서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팔게 되면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최근 업계는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새로운 회계 기준 하에 매각할 경우 경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보험사 공통의 회계 기준 변경으로 정말 삼성생명이 경영에 지장을 받게 되는 것인지 더리브스에서 확인해봤다.


달라진 회계기준


삼성생명의 IFRS17 설명 주요 일정. [사진=삼성생명 제공] 
삼성생명의 IFRS17 설명 주요 일정. [사진=삼성생명 제공] 

먼저 IFRS17은 보험부채의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내용이 핵심인 국제보험회계기준으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보험사는 미래에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의 일부를 적립금으로 쌓아야 하는데, 이를 적용하면 회계 작성 시점의 금리를 바탕으로 적립금을 계산하게 된다.

그동안 보험사는 최초 보험 계약 시 계산한 금액만 준비하면 됐다. 보험사가 계약한 시점에 약속한 금리에서 계약 시점의 시장금리 등을 반영해 보험사의 예정이율을 뺀 부분만 부채로 인식해서다.

다만 새로운 기준에서는 시장금리가 반영되는 만큼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취급해온 생명보험사의 경우 지불해야 할 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져 부담이 보다 심화된다. 이에 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보험사는 더 많은 적립금을 쌓게 된다.

IFRS9는 2018년 1월부터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으로 보험업계에 대해서는 IFRS17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함께 적용된다. 이는 대손충당금을 산출할 때 기존 발생 손실에서 미래 예상 손실로 기준을 변경한 게 핵심인데, 만기가 긴 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규모는 보다 크게 늘어나게 된다.


삼성생명 “단순한 회계 인식 변경의 문제”


지난 6월 기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주식 보유 현황.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지난 6월 기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주식 보유 현황.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의 8.51%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비매각 자본으로 분류하게 된 금액 규모는 30조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삼성생명은 이같이 새로 바뀌는 기준에 맞춰 비매각을 전제로 회계 처리한 내용을 담은 간이 재무제표를 감독당국에 제출했다. 회계 기록상 보험계약자의 배당금이 기존의 부채에서 자본으로 분류되는 셈이다.

장래 이익을 부채로 먼저 쌓은 뒤 추후 순차적으로 이익으로 인식하는 IFRS17 기준을 재무제표에 적용하면, 삼성생명은 시가로 적용되는 새 계산법에 따라 부채 계정의 수치가 높아지게 된다. 이에 업계는 삼성생명이 계약자 지분 조정의 몫을 자본 계정으로 분류해 회계상으로라도 IFRS17에 따른 부채감소와 자본증가를 상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IFRS9에 따라 지분증권인 삼성전자 주식이 손익 또는 기타포괄손익 계정으로 선택돼 만약에 매각이 되면 시가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에 삼성생명이 주가 변동에 따른 타격을 줄이고자 부채 계정이 아닌 자본 계정으로 옮기려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을 그대로 매각 가능한 부채로 처리할 경우 경영이 어려워질 거란 얘기가 나왔지만, 삼성생명 측은 이를 두고 회계상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IFRS17 체제 하에서 회계상으로 변동되는 항목들이 있는데 회계적인 부분은 저희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선행에서는 매도가능증권에서 손익으로 표현하고 있었는데 이를 기타포괄손익으로 분류하게 돼 손익에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각을 했을 때 계약자의 배당 부분이 발생을 하게 된다면 보험업법 감독 규정에서 명확히 규정돼있기 때문에 회계상의 변동이 있더라도 배당을 하냐 안 하느냐에 대한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며 “즉 회계상의 분류를 바꾼다고 해서 회사가 (돈을) 다 가져가거나 주주가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다. 회계상의 인식과 실제 계약자 배상은 별도”라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회계상 계정이 달라진다고 해서 보험 경영이 어렵게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추측이라는 설명이다. IFRS17 제도 자체가 자산 가격이 급변동할 수 있는 항목을 부채로 반영하지 못하게 돼있는 만큼, 단순히 “회계 인식의 문제”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계약자 배당분) 개념이 부채로 인식을 만약에 하게 된다면 IFRS17에서 부채가 주가변동에 따라 급증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만 해도 보유 지분이 30조원이 되는데 20%가 오른다면 6조원이 갑자기 손익으로 잡히냐 마냐의 문제가 있기에 손익이 아닌 자본 쪽인 기타포괄손익에 반영된다는 것뿐이지 계약자한테 안 돌려준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채에 준하는 무위험 자산인 경우 부채로 해서 시가로 바로 반영할 수 있지만 주가는 가격이 급변할 수 있다”며 “마치 지급여력비율(RBC)처럼 실제 자본 여력은 변동이 없는데 회계상의 수치 대문에 RBC도 이슈가 많았던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보험경영 문제라기 보단 지배구조 문제”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난 6월 기준 재무 현황.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제공] 

이번 회계기준 변경 문제가 지배구조의 문제라는 측면에서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서지용 교수 역시 보험 경영이 타격을 입는 문제는 아니라고 의견을 냈다.

서 교수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회계기준을 적용할 때 삼성생명이 부채가 늘고 자본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고민으로도 보이지만 IFRS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 보유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될 부분”이라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 국회가 어떤 판단을 하는 지가 관건인데 지분 25조원 정도를 시가 개념으로 바꿔 팔아야 된다고 하면 지배구조에 많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에서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 순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팔게 되면 더 이상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을 보유해야 될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라는 게 서 교수의 설명이다.

즉 현재 삼성그룹은 지분 18.13%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삼성물산의 지분 31.90%를 보유하고 삼성물산을 통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 보유로 간접 지배가 이어지는 형태이기에, 삼성생명이 보유했던 삼성전자 지분이 팔리면 기존의 지배구조가 흔들리게 되는 것이지 보험사 자체에 대한 경영 문제는 이와 무관하다는 얘기다.

서 교수는 “보험 경영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 같다. 이재용 회장의 지배구조에 영향이 있는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지분 50%로 또 국민연금이 투자를 하고 있어서 사업을 여러 가지 잘 진행하고 있는데 이 회장이 삼성전자를 잘 컨트롤하기 위해 삼성물산이라는 일종의 계열사를 동원해 컨트롤하고 있는 그 부분이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일명 ‘삼성생명법’을 발의해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싣고 있다. 이는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시가로 평가해 그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서 교수는 “삼성의 컨트롤타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주주가 다른 계열사의 지분들을 뭔가 자기 마음대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배분해 어느 한 계열사를 지원해주는 전략으로 쓰는 게 문제라는 것”이라며 “그 다음에 그 전략이 궁극적으로는 지배구조와 관련돼있다는 데서 비판을 받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가 현 지분 구조상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지배구조 문제를 넘어 소비자인 국민에 대한 권익 보호를 위해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서 교수는 “삼성전자는 지금 외국계 금융기관이 지분을 50% 가까이 보유해 외국계 금융 회사인 격”이라며 “금융사가 제조사에 투자를 했을 경우 제조 기업 특성상 경기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소위 금융사에 여러 가지 금융거래를 하는 불특정 다수의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분 보유 한도를 3% 제한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걸 여태까지 바꾸지 않고 있었던 건 오히려 삼성이라 봐줬던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지분가치 3%가 안 되는 거를 시가 기준으로 적용하면 지금 8.5%니 5.5% 정도를 팔아야 되는데 이런 조치가 빨리 이뤄져야 된다는 생각이 들고, 계약자 배당금을 자본으로 처리했으면 자본은 주주의 몫인데 고객은 사실 주주가 아니라는 점에서 자본으로 인식되는 부분을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얘기가 이치에는 맞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회계 기준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보험 경영이 타격을 입을거란 의견은 대체로 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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