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이 넘쳐나는 시대.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우리는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라는 얘기를 사실인 줄 믿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인터넷이 보급된 후 우리는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거짓은 진실 속에 숨어 사실인 것 마냥 우리의 삶에 뿌리박혀 있죠.

하지만 ‘선풍기 괴담’처럼 거짓은 진실을 영원히 이길 수 없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 유통되는 거짓을 뿌리 뽑는 날까지, 더리브스 ‘팩트체크’는 진실을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사진=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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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를 퇴출시키고자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 외에도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경제적 제재 등을 가해온 상황인데, 실제로 러시아가 세계 여러 분야에서 제외되고 있는 양상인지 더리브스에서 확인해봤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대대전술단(Battalion Tactical Group)을 앞세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발했다. 러시아는 지난 3월 6일까지 우크라이나의 주요 거점을 점령한 뒤 친 러시아 정권을 세우는 작전계획을 세웠으나, 우크라이나가 반격에 나서면서 전쟁은 장기화됐다.

국제사회는 전쟁 발발을 전후로 러시아의 침공 행위를 규탄하며 즉각적인 경제 제재에 나섰는데, 독일은 침공에 앞서 가장 먼저 러시아까지 연결된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의 승인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지난 2월 22일 발표했다. 당시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는 “노르트 스트림-2 사업에 대한 어떤 승인도 이뤄질 수 없도록 보장하는데 필요한 행정적 법적 절차”라고 언급했다.

이후 지난 2월 26일 미국을 포함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을 제외한 대다수 러시아 은행은 SWIFT 결제망에서 차단됐고 러시아산 제품을 유럽연합(EU) 국가로 수출하는 일이 금지됐다.

또한 세계 3대 신용평가 회사인 S&P은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BB+에서 신용등급 최악 단계인 SD로 강등하고, 무디스와 피치 역시 러시아에 대한 6단계 등급을 하향했다. 게다가 러시아 증시는 글로벌 주가 지수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와 영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FTSE에서 퇴출됐다.

이밖에 민간 영역에서 글로벌 기업들도 러시아 제재에 동참해 매장을 철수하는 등의 조치들을 단행해왔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제재에 동참한 기업은 골드만삭스, 구글, 나이앤틱, 나이키, 네슬레, 넷플릭스, 닌텐도, 디스커버, 락스타 게임즈, 롤스로이스 plc, 르노, 마스터카드, 마이크로소프트, 미크로틱, 무디스, 밸브 코퍼레이션, 번지, 보잉, 볼보, 블리자드, 비자카드, 삼성, 샤넬, 소니 픽처스, 슈퍼셀, 스타벅스, 스포티파이, 씨티은행, 아디다스, 알리안츠, 애플, 어도비, 에르메스, 엔비디아, 이케아, 포드, AMD, 피치, JP모건 등이다.

정치면에서는 지난 2월 25일 미국이 러시아의 즉각적인 우크라이나 공격 중단과 모든 러시아 병력 철수 요구를 담은 결의안을 제출해 러시아를 국제사회에서 배제시키고자 했지만,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러시아가 반대하고 중국·아랍에미리트(UAE)·인도가 기권해 무산됐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회원국들에 강제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이 있으나 상임이사국 중 1곳이라도 반대할 경우 통과될 수 없는 구조로 한계가 있다.

미국은 이에 지난 2월 28일 유엔 특별총회 소집 결의에 나섰다. 이는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고 전체 회원국이 표 대결에 나설 수 있어 상징적인 의미를 가져서다.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긴급특별총회 결과 ‘러시아 즉각철군’을 위한 결의안은 찬성 141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 채택됐다.

이같이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은 활발히 진행됐지만, 러시아는 에너지를 주요 무기로 자국을 압박하는 국제사회에 역공을 펼쳐왔다.

러시아는 지난 3월 1일 미국과 함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을 상대로 경제특별조치를 내렸다. 러시아 대통령령에 따라 무역 참여자들은 올해 1월부터 해외에서 확보한 외화 수입의 80%를 사흘 내 매각해야 했다. 또한 러시아 체류자는 차용계약으로 역외 거주자에게 외화를 제공하는 거래가 금지됐다.

또한 지난 3월 10일 러시아는 비우호국에 대한 특허 및 상표권 무단 도용을 사실상 합법화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는 연방정부 결의안을 통해 총 48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는데 한국 역시 포함됐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의하면 2020년 기준 러시아에 등록된 우리 국민의 유효 특허는 3951건, 등록상표는 819건으로 총 4770건에 이른다.

이밖에도 러시아는 비우호국가에 러시아산 가스를 팔 경우 루블화로만 결제를 받겠다고 발표했으며 자국 자산을 동결한 데 대한 보복으로 비우호국가의 러시아 내 자산 이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게다가 러시아는 에너지를 무기로 삼아 미국과 유럽 이외 국가들과 거래를 유지하면서 줄어든 원유 수출분을 상쇄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 7개국은 지난 5월 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 석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석유 수입을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에 대한 원유 수출이 줄어들자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원유를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평균 74만 배럴로, 3월(28만4000배럴)보다 2.6배나 늘었다. 이는 전년(3만4000배럴) 보다도 21.7배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5월 러시아 중앙은행은 경상수지 흑자가 올 첫 4개월 동안 958억달러(약 120조원)를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해 첫 4개월(275억 달러)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19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4월 국제금융연구소(IIF)에 따르면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 추정치는 올 연말까지 최대 2400억 달러(약 296조4200억원)로 지난해의 2배에 달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러시아가 국제 사회 주요국들로부터 경제 제재의 일환으로 대불 결제에 어려움이 생기고 다국적 기업들이 대거 철수하는 등으로 일부 타격은 입었지만 세계 여러 분야에서 제외되는 추세로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러시아 역시 자국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나 기업에 역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유럽 국가들로부터도 협상 제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러시아 은행이 지난 2월 SWIFT 결제망에서 대부분 차단됐을 때에도 러시아의 대표 국영은행인 스베르방크(Sberbank)와 러시아 국영 천연자원 기업인 가스프롬의 가스프롬방크(Gazprombank)는 퇴출되지 않았다.

스베르방크는 러시아뿐 아니라 동유럽 지역에서도 이용 고객이 많고 가스프롬방크의 경우 에너지 대금 결제를 위해 필요한 은행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SWIFT에서 퇴출되지는 않았으나 거래 시 금융당국의 감시를 받는다. 다만 최근 EU가 러시아 뿐 아니라 미국·중동국가 등 석유보유국에 가스 가격상한제를 제안했을 때에도 러시아는 이들을 통해 압력을 행사했다.

러시아의 통신사 타스에 따르면 국영기업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레르 회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국영TV에 출연해 ‘러시아산 가스에 가격상한제라는 일방적 조치를 취하면 당연히 기존 계약을 위반하기 때문에 가스공급 중단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이는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유럽을 상대로 ‘가격상한제를 강행하면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을 중단해 유럽 전체가 혹한을 겪도록 하겠다’는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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