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이 넘쳐나는 시대.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우리는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라는 얘기를 사실인 줄 믿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인터넷이 보급된 후 우리는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거짓은 진실 속에 숨어 사실인 것 마냥 우리의 삶에 뿌리박혀 있죠.

하지만 ‘선풍기 괴담’처럼 거짓은 진실을 영원히 이길 수 없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 유통되는 거짓을 뿌리 뽑는 날까지, 더리브스 ‘팩트체크’는 진실을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사진=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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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신협 등 국내 상호금융조합의 부실채권 규모가 올해 들어 8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문재인 정부 이후 크게 늘어난 태양광 대출과 관련 여신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태양광 대출 규모는 문 정부 1년 차인 2017년엔 1조원에 못 미쳤지만, 2020년 한 해에만 4조원을 넘기는 등 규모가 커졌다. 여기에 시중은행이 취급한 태양광 대출 중 약 27%는 담보 가치를 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부실 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됐다.

이에 본지는 상호금융권에서 태양광 대출로 인한 부실채권 규모가 정말 심각한 수준일 지 확인해봤다.

상호금융 자산건전성 현황.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상호금융 자산건전성 현황.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먼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농협·신협·수협 소속인 전국 2081개 상호금융 조합이 보유하고 있는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총 8조1392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3.4%(9640억원)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의 대출금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으로 채권회수에 상당한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는 대출금과 회수의문 또는 추정손실 대출금 중 회수할 수 있는 예상금액을 말한다. 금융기관의 여신은 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의 건전성 정도에 따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의 5단계로 나뉜다.

회사별로 보면 농협 소속의 조합들은 전년 대비 19.8%(8380억원) 증가한 5조599억원 가량의 고정이하여신을 보유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다음 수준인 신협은 전년에 비해 1105억원 늘어난 2조4759억원, 수협은 전년 대비 155억원 증가한 60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규모가 가장 큰 농협 내 각 지역조합을 살펴보면 영등포농협의 고정이하여신은 1174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대구축산농협(487억원)·평택농협(484억원)·세종중앙농협(475억원)·반월농협(435억원)·강동농협(410억원)·서울축산농협(402억원)·남부산농협(402억원)·서부산농협(355억원)·순천농협(355억원) 순으로 잔액이 많았다.


상호금융 태양광 대출 규모 7조원대


여기에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금감원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산림조합 등 5개 상호금융업권의 태양광 대출 규모는 6조9783억원이었다. 금감원에 의하면 이는 14개 시중은행이 태양광 사업자들에 내준 대출(5조6110억원) 수준보다 더 높은 금액이다.

특히 문 정부 기간 전후인 2017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대출총액 규모를 보면 태양광 대출 규모는 농협이 3조6472억원으로 가장 컸으며, 이어서 신협(1조7886억원), 새마을금고(1조437억원), 수협(6083억원) 순이었다.


상호금융권, 태양광 관련 고정이하여신 “거의 제로”


금융권 태양광 대출 건전성 현황.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권 태양광 대출 건전성 현황.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본지 취재 결과 상호금융기관들은 고정이하여신 중 태양광 대출로 인해 발생한 부실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지에 대해 영업상의 이유를 들어 직접 세부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태양광 대출에 따른 부실채권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이며 연체율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여신지원부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운영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취급하고 있는 태양광 대출의 연체율이 거의 없어서 고정이하여신이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농협)은행 취급 기준으로 말씀드려도 연체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감원이 지난 7일 발표한 태양광 관련 대출 및 펀드 건전성 현황을 살펴보니, 태양광 대출과 관련한 상호금융권의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아직까지 높지는 않은 수준이었다.

지난 8월 말 현재 원리금 1개월 이상 연체기준 연체율은 평균 0.12% 수준으로 저축은행 0.39%, 여전 0.24%, 상호 0.16%, 은행 0.09% 순이다. 특히 상호금융의 경우 농협조합은 0.04%, 신협은 0.50%으로 낮았으며 수협조합과 산림조합은 연체가 없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평균 0.22% 수준으로 낮았으며 저축은행 0.49%, 상호 0.34%, 은행 0.12% 순이었다. 농협조합은 0.23%, 신협은 0.72%였고 수협조합과 산림조합은 고정이하여신으로 잡히는 채권 자체가 없어 수치가 0이었다.

산림조합중앙회 상호금융여신부 역시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정책자금을 취급하지 않다보니 금액 자체도 많지 않고 연체된 건들도 없다”며 “연체율이나 고정이하여신도 0%”라고 말했다.


태양광 대출 특성상 부실 여부 판단 어려워


태양광 대출은 대출만기가 장기인데다 거치기간을 두는 경우가 많아 당장에는 부실 여부를 판단 내리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대출만기가 긴 정책자금은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이 기준인데, 상호금융 중 태양광 관련 정책자금을 취급한 유일한 곳은 농협조합이다. 태양광 정책자금은 모두 전력산업기반기금 재원으로 취급된 것인데 농협조합은 농협은행으로부터 전액을 전대대출을 통해 받았다.

2017년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농협은행의 태양광 정책자금 대출취급액은 1103억원이며 지난 8월 말 대출잔액은 1035억원이다. 또한 농협조합이 농협은행에서 빌린 정책자금의 대출취급취급총액은 3조6472억원이며 대출잔액은 8월 말 기준 현재 1조원으로 집계됐다.

금감원 상호금융 검사기획국 박현섭 국장은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정책자금은 대출기간이 길수밖에 없는 만큼 상환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아직까진 연체율 등이 낮은 수준인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31건 연체 중 8건, 대출잔액 그대로 연체


2022년 8월 말 기준 태양광 대출잔액 전액 연체 현황. [그래픽=한아름 기자]
2022년 8월 말 기준 태양광 대출잔액 전액 연체 현황. [그래픽=한아름 기자]

그렇다고 부실 대출 우려가 아예 없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대출잔액이 전액 연체된 경우가 연체액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대출 취급 규모가 가장 큰 농협조합의 2017년 1월 이후 태양광 발전 관련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대출 취급건수 1만5374건 중 31건에서 연체가 발생했다. 연체액은 총 13억7946만원으로 대출취급액 대비 적은 수준이지만, 이중 8건은 대출 잔액과 동일한 금액으로 발생한 연체액이 총 연체액의 98.3%(13억5620만원)를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상호금융업권에서 태양광 대출과 관련된 부실채권 규모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연체 발생 금액 중 대출 잔액 전액이 연체된 비율이 대다수인 만큼 부실 대출이 위기라는 시각도 일부 사실로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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