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이 넘쳐나는 시대.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우리는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라는 얘기를 사실인 줄 믿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인터넷이 보급된 후 우리는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거짓은 진실 속에 숨어 사실인 것 마냥 우리의 삶에 뿌리박혀 있죠.

하지만 ‘선풍기 괴담’처럼 거짓은 진실을 영원히 이길 수 없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 유통되는 거짓을 뿌리 뽑는 날까지, 더리브스 ‘팩트체크’는 진실을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내용.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내용.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정부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개편안이 지난 29일 확정된 가운데 서울 강남권이 최대 수혜 지역으로 거론됐다.

초과이익 산정 개시 기준이 조합설립인가로 바뀌고 부과 기준 금액이 올라가는 등 개편이 된 결과 강남권에 수혜자가 많을 거라는 보도 등이 나왔는데, 해당 내용이 맞는지 더리브스가 확인해봤다.


제도 개편 전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민간 재건축 사업의 핵심 규제로 언급돼왔다. 해당 제도는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6년 처음 도입된 이후 두 차례 유예되면서 제도 시행이 흐지부지됐지만,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 부활됐다.

제도 부활 이후에도 규제 부담 등으로 시행되지 못하던 해당 제도는 지난 29일 국토교통부가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규제가 완화된 채 첫 시행을 앞두게 됐다. 정부는 지난달 첫 주택공급대책의 일환으로 재건축 규제 장벽을 낮춰 도심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초과이익을 산정하는 재건축 개시 시점은 기존 ‘추진위원회 승인’에서 ‘조합설립인가’ 시점으로 늦춰진다. 이에 따라 초과이익 산정 기간은 줄어들게 됐다.

또한 재건축부담금을 면제해주는 재건축 초과이익 기준이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돼 1주택 장기보유자는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감면 받게 된다. 초과이익이 1억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부담금을 내지 않게 됐다는 얘기다.

부과율이 달라지는 구간 단위도 2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넓어져, 최고 부과율인 50%를 적용하는 초과이익 기준도 1억1000만원에서 3억8000만원으로 높아졌다. 초과이익을 허용하는 범위가 올라간 만큼 부담금도 낮아지게 됐다.

이밖에 60세 이상 1주택 보유자는 주택을 처분할 때까지 납부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되도록 포함됐다.


“강남권 최대 수혜지역으로 볼 수”


개편안을 적용하면 강남권은 대체로 최대 수혜지역으로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은 지난해 조합이 대거 설립된 지역인 만큼 초과이익 산정 기준에 유리해 수혜지역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건국대학교 박합수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작년에 조합이 많이 설립된 압구정을 예로 들면 지난해 어느 정도 공시가격이 이미 올라있는 상태인데 앞으로 많이 오르지 않는다면 개발 이익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재건축부담금의 과세시점이 종점은 그대로인데 시작점이 조합설립시점으로 바뀌었다보니 부담이 줄게 돼 이득이 일단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과이익 산정개시 시점이 추진위원회냐 조합설립인가냐가 큰 시점에서의 차이인데 강남·반포·압구정 이런 곳은 어차피 재건축 초과이익이 제일 많이 나오는 지역”이라며 “여기에 감면 기준이 올라가고 1주택자에 대한 감면 등도 반영돼서 재건축의 본격 개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강남이 제일 수혜를 입게 되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이번 제도 개편에 따라 조합설립인가가 완료된 강남구 개포5·6·7단지에 이어 사업 시행 인가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강남구 대치 쌍용 단지도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대치 쌍용 단지는 조치원 때문에 진행이 잘 안 되고 있었는데 이번 제도안을 보고 계산해 재추진을 해도 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신한은행 우병탁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 역시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이번 개편안에 따라 재건축단지가 전반적으로 부담이 줄어들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중에서도 초과이익 산정 기준이 추진위에서 조합설립시점으로 늦춰지게 되는 부분 때문에 강남일대 단지들의 수혜 폭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용산도 강남 수준?…목동·상계동·여의도 아직


그렇다고 해서 수혜지역을 꼭 강남으로만 지칭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강남권 외에 한강을 끼고 있는 강북권의 용산구 동부이촌동도 압구정 등 강남과 유사하게 제도 개편안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표적인 수혜지역으로 꼽혀서다.

우 팀장은 “강남만을 수혜지역으로 지칭하기는 어렵다”며 “현재 부과가 예정된 곳 중에서는 이촌동 한강맨션이 가구당 부담금이 가장 컸으니 완화의 효과도 한강맨션이 그중에선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촌동 한강맨션에 지난 7월 통보된 재건축부담금은 7억7000만원으로 가장 높다. 다만 부과 기준 변경에 따른 감면율은 11% 정도로 그리 높지는 않은데다가, 장기 보유 1주택자가 아닐 경우 추가 감면도 어려워 6억원 이상을 부담하는 일은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나마 한강맨션은 최고 층수를 68층까지 높이는 설계변경을 통해 부담금을 낮춰 차후 환급금(청산금)으로 부담금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박 교수는 “동부이촌동의 핵심은 한강맨션과 신동아아파트로 용산 최고의 재건축 아파트로 불린다”며 “이곳들도 조합이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이번 개정안에 대한 관심도가 극대화될 수밖에 없고 재건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 가치가 훨씬 높아지기에 새로운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서울 도심에서 제도 혜택을 누리게 될 지역은 당장은 더 많지는 않아 보인다. 재건축부담금 개편안 외 또 다른 규제인 ‘안전진단’을 통과한 지역이 없기 때문이다. 재건축 규제의 마지막 ‘대못’으로 불리는 해당 규제는 연말께나 완화 개편될 예정이다.

박 교수는 “재건축 단지가 남은 곳이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인데 아직까지는 안전진단을 통과하기 바쁜 지역”이라며 “그만큼 사업 추진 과정이 미비한 초기 단계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보다도 안전진단 통과가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 역시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많지만 조합설립이 된 단지가 아직 없어 개편안의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지역이다. 박 교수는 “대체로 여의도는 아파트가 1970년대에 지어져 1980년대 중후반에 아파트가 대거 지어진 목동보다도 훨씬 낙후돼 재건축이 시급한 곳이긴 하다”며 “신탁사 추진으로 조합 설립이 필요 없는 곳도 있지만 재건축 대상이 7746가구로 무려 8000가구에 가깝다”고 말했다.


전국 기준 비교하면 절반의 사실


부과단지 수 변화.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부과단지 수 변화.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하지만 결론적으로 강남권이 재건축부담금 최대 수혜지역이라는 주장은 전국 규모로 따져볼 경우 절반의 사실로 판단된다. 강남권에 수혜가 집중된 서울은 부과단지 수가 여전히 제일 많을 뿐 아니라 부담금 감면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제일 낮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개편안에 따라 전국 84개 단지에 부과되는 가구당 부담금은 평균 98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51% 경감되는데, 이중 서울의 평균 부담금 감면 폭은 타지역보다 낮다. 지방단지는 평균 부담금이 25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84%, 수도권인 경기·인천은 7600만원에서 2900만원으로 62%로 감면 폭이 큰 반면, 서울의 평균 부담금은 2억3900만원에서 1억4600만원으로 39% 낮아지는 수준에 그쳤다.

보유 기간에 따른 감면안.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더욱이 1주택 장기보유자가 아니라면 아무리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부담금 대상자라고 해도 부담금 규모가 억대 수준인 만큼 혜택이 크다고 보기는 어려워보인다. 일례로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는 지난해 7월 기준 초과이익이 7억5000만 원으로 부담금 추정액은 3억4000만원이다. 조합에 따르면 개편안을 적용할 시 가구당 부담금은 2억5000만원 정도로 약 1억원이 줄지만 여전히 금액이 크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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