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감서 상반기 비이자이익 중 꺾기 의심 비중 최고치 지적 받아
- 기업은행 KPI서 비중 높아진 교차판매…“끼워팔기 유인 있어 보여”
- 피해자 불수락한 금감원 배상기준안 배제 요구…국회·정부 대책 촉구

15일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이 국회 정문 앞에서 국정감사 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제공] 
15일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이 국회 정문 앞에서 국정감사 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제공] 

디스커버리펀드가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등에 대출을 내줄 때 관행적으로 실행해온 일명 ‘꺾기’ 상품의 하나였다는 사실이 재조명됐다. 국정감사에서 기업은행에 대한 업계 최대 수준의 ‘꺾기’ 실태가 드러나면서다.

디스커버리펀드로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 기업들은 “대출거래 관계의 피해가 우려되어 어쩔 수 없이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증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은행은 아직도 “중소기업에 대해 기업금융·기술금융 원칙에 입각한 자금지원보다 거래 실적 즉 신용평가가 더 우선된 거래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디스커버리펀드 사태가 3년째 접어든 가운데, 피해자들은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며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공정성이 결여된 금융감독원의 배상기준을 폐기하고 새로운 사적화해 방안을 마련하도록 나서달라는 것이 피해자들의 일관된 요구다.


기은, 상반기 호실적 배경에 꺾기 의심 비중 최고치


지난 15일 기업은행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수 의원은 기업은행이 코로나19 위기 속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둔 배경으로 수수료 손익이 높았던 점을 꼽았다.

실제로 기업은행의 올 상반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은 1조21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9% 증가했다. 이는 기업은행의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이다.

기업은행 측은 호실적의 최대 요인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확대를 통한 대출자산 성장이라고 설명했지만, 어두운 이면이 존재했다. 불법으로 규정되는 대출 꺾기 기준을 살짝 비껴간 ‘신종 꺾기’ 비중이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던 것.

꺾기는 은행 직원이 대출 계약을 명목으로 1개월 내 다른 금융상품의 계약체결을 강요하는 행위로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불공정영업행위에 해당하는 불법이다. 이에 최근에는 계약 체결 전후 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 사이로 조정해 법을 교묘히 피해가는 신종 꺾기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 의원은 “기업은행의 투자 수익이나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이익이 상반기 실적 개선을 견인했는데, 특히 펀드·방카슈랑스·퇴직연금 등 금융상품의 판매로 거둬지는 수수료 손익은 전년 동기대비 23.9% 늘었다”며 “우려스러운 부분은 여신 실행일 전후 1개월 초과 2개월 이내 금융상품 가입 사례를 보니,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건수와 금액들이 꺾기로 의심되는 판매액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 역시 최근 3년간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3건 중 1건은 ‘꺾기’가 의심되는 거래라고 짚었다.

민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중소기업 관련 은행별 대출 꺾기 의심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중 꺾기 의심 거래 건수는 32만4025건으로 국내은행 중 가장 많았다. 15만403건으로 건수 기준 2위를 차지한 국민은행보다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기업은행은 꺾기 의심 금액 규모면에서도 24조1477억원으로 1위를 기록해, 금액 기준 2위인 국민은행(7조3675억원)의 3배를 앞섰다.

같은 소속 윤관석 의원도 기업은행이 ‘꺾기’를 피하기 위해 편법을 이용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계약체결 1~2개월 사이 꺾기로 의심되는 계약은 16조6252억원, 26만8085건으로 가장 많다.


기업은행 KPI에 점점 높게 반영돼온 교차판매…디스커버리펀드 피해 ‘유관’


유 의원은 기업은행의 꺾기 규모가 클 수밖에 없는 원인이 기업은행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되는 교차 판매 비중에 있다고 봤다.

유 의원이 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KPI에서 교차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30점에서 지난해 55점으로 크게 늘었다.

2017년 고객관리 부문에 배당된 배점은 개인 고객관리 50점, 기업 고객관리 45점 등 총 95점이었는데, 이중 교차판매에 대한 배점은 개인 고객과 기업고객 모두 15점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8년에는 개인교차판매 배점이 20점으로 늘었다. 영업점에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상품을 판매한 실적이 인사고과에 더 크게 반영됐다는 의미다. 2019년 개인고객에 대한 교차판매 배점은 또 한 번 5점 늘어나 25점에 이르렀으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0점이나 늘어 35점이 배정됐다.

유 의원은 “다른 은행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배점 변화가 없고 아예 해당 항목을 없애버린 은행도 있는데, 기업은행은 배점을 계속 늘리니 인사고가에 반영되어 끼워팔기 유인이 있어 보인다”며 “이러면 단기 실적 위주 경영을 할 수밖에 없고 소비자 피해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와 무관치 않았다. 판매 당시에도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디스커버리펀드가 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던 개인·기업 고객들에게 판매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책위가 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디스커버리 펀드에 가입한 법인 고객 30개사 중 16개사는 기업은행 대출을 보유했다.

15일 국감이 열리기 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지난 9월 9일 유 의원실 자료 등에 따르면 디스커버리펀드 판매직원 181명 중 38명(20.9%)이 펀드 판매 이후 승진에 영전을 거듭했으며, 이는 피해자들의 자산을 탐닉한 대가”였다고 지적했다.


꺾기로 시작된 디스커버리펀드 사태 3년째…합리적 배상안 나와야


사모펀드 사태 중에서 디스커버리펀드는 환매가 가장 먼저 중단(2019년 4월 25일)됐지만, 근본적인 해결도 없이 3년째 표류하고 있어 피해자들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책위는 금감원이 지난 5월 나온 분쟁조정 결과에 대해 글로벌채권펀드의 대표 사례자가 지난 7월 1일 최종 불수락했음에도 불분명한 배상비율 산정기준으로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묵인한 점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피해자 측의 불수락으로 사실상 조정이 결렬됐음에도, 기업은행은 금감원이 내놓은 배상기준안에 따라서만 자율배상을 하겠다며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책위는 “기업은행은 금감원의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억지 주장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금융위도 금감원 제재안과 검사결과 조치안 조차 아직도 확정하지 않으며 무책임한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이 배상기준안을 수락하지 않은 결정은 그 자체로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과 수십 년 거래해온 피해자들이 디스커버리펀드 가입 다시 “대출거래 관계의 피해가 우려돼 계약을 체결했다”고 증언했듯, ‘향후 대출을 받게 되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책위 이의환 상환실장은 “피해자들이 분쟁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고 은행 측의 합의를 거절하는 데에도 많은 결단과 용기가 필요했다. 기업은행이 야속하면서도 오랜 관계를 이어왔던 만큼 향후 거래에 대해 고민도 됐기 때문”이라면서도 “다만 현재는 기업은행이 이번 일을 계기로 철저히 반성하고 신뢰를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에 피해자들이 한 목소리로 합리적인 배상안을 외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배상안은 사기 및 불완전판매가 인정된 펀드에 대해 공개된 기준을 토대로 100% 배상을 단행한 한국투자증권의 사적화해 방식이다. 지난 6월 16일 한국투자증권은 기업은행이 판매한 펀드와 동일한 디스커버리 글로벌채권펀드에 대해서도 100% 보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대책위는 “한국투자증권의 100% 보상 결정과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펀드 수익증권 100% 매수 결정을 통해 보듯 업무상 배임죄가 불성립하므로 한국투자증권 방식(100% 보상)의 당사자 간 사적화해를 하자고 요구했으나 윤종원 행장은 매출 영업이익에 취해 피해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기업은행은 ‘금감원 방식 자율 조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지난해 6월 지급한 가지급액의 50%를 반환해야 한다’는 말로 피해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고, 피해 사실관계 확인 조사마저 엉터리로 마무리하고 불투명한 밀실인사로 ‘배상위원회’를 구성한 후 제멋대로 배상비율을 통보하고 있다”며 “이뿐 아니라 기업은행은 합의과정에서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서울경찰청금융범죄수사대의 수사결과에 따라 추가 지급이 가능할 것처럼 거짓 정보로 피해자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책위는 “디스커버리펀드는 펀드의 설정·판매·운영단계에서 공모규제 회피를 통해 펀드 돌려막기 의심을 받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피해자들만 고통을 받고 있다”며 “사기펀드 판매에 대해 정부·금융위·기업은행은 시간을 끌며 관료적 행태를 지속하고 있는데, 특히 기업은행의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는 올해 이익배당으로 2208억원(주당 471원, 우선주 포함)의 배당금을 챙겨 가는 등 매년 이익만 고스란히 취하고 수익자로서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관심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디스커버리펀드는 기업은행이 최다 판매한 재간접형 사모펀드로, 운용을 맡은 곳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성(현 주중대사)의 친동생 장하원이 대표이사였던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다. 2017년 4월 10일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전문사모집합투자업으로 등록된 후 11일 후인 4월 21일 기업은행에 위탁판매가 개시되면서, 2017년에서 2019년 사이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는 각각 3612억원, 3180억원 판매됐다. 지난 4월 말 기준 디스커버리펀드 전체 환매중단금액 2562억원 중 기업은행은 761억원이 상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23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사 대표 장하원을 출국금지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며, 5개 금융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다만 검찰은 현재까지 수사결과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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