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 전 사장 배임 혐의 무죄 확정, 혈세 3조원 손실에 책임지는 자 아무도 없어
- 석유공사는 강 전 사장에 고작 11억원 손배 청구하고 이마저도 ‘기각’
- 월성과 대비되는 검찰의 ‘덮어주기’ 의혹…고위급 책임자 재수사·엄중 문책해야

한국석유공사 사옥. [사진=네이버 지도]
한국석유공사 사옥. [사진=네이버 지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의원은 15일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로 석유공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도 아무도 법적인 책임을 지는 자가 없다며 석유공사와 산업부의 검찰 수사 소극 대응을 질타했다. 또한 월성1호기 경제성평가 수사와 자원외교비리 수사 간 검찰의 적극성이 현격히 차이난다며, 수십조 자원비리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은 검찰의 불공정한 수사·기소권 남용에 있다고 지적했다.

하베스트 사업은 2009년 석유공사가 캐나다 자원개발사인 ‘하베스트’ 및 산하 정유자회사인 ‘노스 아틀랜틱 리파이닝(NARL)’을 총 4조7000억원에 인수한 사업이다. 이 건은 인수 당시에도 내·외신의 부실 지적이 잇따랐지만 석유공사는 인수를 강행했고, 결국 석유공사는 이 사업으로 인한 손실로 지난해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게 된다.

김성환 의원은 “당시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 기조의 압박으로 지식경제부 산하 공기업들이 대대적으로 해외자원투자에 뛰어드는 와중이었다”며 “석유공사는 계약체결 실적 압박에 쫓겨 당초 계획이었던 상류부문뿐만 아니라 하류부문인 정유·판매계열사 ‘날’까지 1조4000억원에 끼워팔기로 강매당했다. 석유공사가 날 인수를 검토한 시간은 고작 5일뿐이었다. 이후 5년만인 2014년에 329억에 매각되며 1조3000억이 넘는 손실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결정에 관여한 의사결정권자 중 법적 처벌이 이뤄진 자는 아직 단 한 명도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매각 당시 공사 사장이었던 강영원 전 사장은 작년 12월 배임 혐의에 대해 대법원의 확정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외에 청와대·지식경제부(현 산업부)·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처벌받기는커녕 기소도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석유공사는 이 사업으로 2조8000억원의 손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강 전 사장에게는 고작 1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데 그쳤고, 이조차 지난 7월 청구가 기각됐다.

김 의원은 “과연 이러한 결정에 어떤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석유공사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는지 의심스럽다”며 질타했다.

이렇게 솜방망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총체적 무책임이 벌어진 이유로 김성환 의원은 검찰의 덮어주기·꼬리자르기식 수사가 원인이라 지적한다. 2015년 특정감사에 나선 감사원은 애초에 강 전 사장에 대한 고발조차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감사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감사원은 강 전 사장이 “지식경제부에 보고하고 방침을 받아 처리했다”는 이유로 고발대상으로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청와대·지경부의 연루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수사하지 않았다. 수사과정에서 최경환 당시 장관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그러나 이미 드러난 당시 계약 전후 사실관계를 보면 과연 지식경제부 및 청와대의 개입이 없었다는 판단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계약일 3일 전인 2009년 10월 18일, 강 전 사장은 캐나다 하베스트사와의 협상결과 하베스트 인수를 위해서는 하류부문(NARL)까지 모두 인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최경환 전 장관에게 보고했고, 최경환 장관은 이를 동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심지어 이 둘은 계약일에도 MB 베트남 순방에 함께 수행하며 같은 호텔에 묵고 있었다. 계약당일 작성된 석유공사의 내부 문건인 “Project Hermes 인수 추진계획”에도 석유공사는 “10.22일 지경부 차관 브리핑으로 거래 발표”라 언급하여, 계약 전 지경부와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김 의원은 “3조8000억원짜리 계약을 석유공사 단독으로 결재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MB 청와대·최경환 장관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려고 무리하게 강영원 전 사장에게 독박을 씌우려 한 것이 오늘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수사과정에서의 검찰의 소극 대응이 더 큰 문제다. 강 전 사장의 배임죄 무죄판결문을 보면 배임죄를 입증하기 위한 검찰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거듭 등장한다.

김 의원은 “월성 수사는 감사원 감사 이후 2주 만에 강제수사 돌입하여 장관까지 영장 치려다 실패했던 검찰이 자원외교에도 그 적극성의 반의 반만이라도 보였다면 이러한 결과가 나왔겠는가”라며, “당시 자원외교비리 수사 담당검사인 임관혁 부장검사, 최근까지 산업부의 수사의뢰를 담당했던 조상원 부장검사 모두 윤석열 라인으로 꼽히는 검사다. 검찰은 소극적 수사를 통해 자원외교 수사가 윗선으로 번지는 것을 방어해 왔던 것은 아닌지, 유죄 입증에 의도적으로 실패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의 선택적 법치주의로 수조원의 혈세가 흘러나간 자원외교비리의 진실이 파묻히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결과가 벌어져선 안된다”며 자원외교 당시 고위급에 대한 재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kth@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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